영산재(5월 5-6일) 앞둔 정원사 지연 스님
기자는 물었다. “사람은 운명에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서니베일 정원사 주지 지연 스님은 주저없이 대답했다. “그럼요.” 보충설명이 이어졌다. “이미 지었던 전생의 ‘업’때문에 운명의 틀은 타고 나오지만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다시 물었다. “어떻게요?” 답은 간단했다. “기도!” 그리고 긴 설명이 꼬리를 물었다.
간절히, 간절히 참회의 기도를 올려 나쁜 업이 물이 되어 녹아내릴 때까지. 사람으로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알고 짓는 죄, 모르고 짓는 어떤 사연의 죄, 특히 살생의 죄, 사람들의 삶을 위해 도살장에 끌려갈 때 눈물을 흘릴줄 아는 소까지도 쇠고기로 만들어버릴 수밖에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뿐입니까? 국익이란 명분하에 전쟁을 일으켜 남의 나라 귀한 아들, 아버지까지도 죽고 죽이는, 거기서 끝나나요. 그게 역사로 남아 그들의 손자가 다시 반격하여 상대의 손자를 다시 죽고 죽임을 당하는 현실을 보십시오. 멀리 되돌아볼 것도 없이 수천년 전 조상싸움이 지금껏 이어지는 팔레스타인 분쟁을 보십시오. 이것이 바로 조상의 ‘업’입니다. 정말로 여러분들이 윤회의 실상을 깨닫는다면 막 살 수는 없을 거에요.”
스님은 젊어서 너무나 많은 병고에 시달렸고, 죽었다가 깨어났을 때 전생을 보았고 출가수행자가 되어서도 어찌할 수 없었던 전생의 업을 간절한 참회의 기도, 죽기살기로 하고나서야 병마의 고통에서 해방되었단다.
“그냥 뭔지도 모르고 원죄가 있나보다 웅얼웅얼, 죄사함을 받으려 말고, 빵 하나 훔쳐도 법정에서 절차 거쳐 형량을 마치듯 참회의 기도도 의식을 거쳐 그 간절함이 시공을 벗어나 나쁜 업장을 녹이게 해야 합니다. 조상 없이 여러분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여러분이 있어야 자손이 있고, 그 자손이 손을 낳고, 그 중심인 본인은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요? 모두 조상에서 이어졌습니다. 어디 혈연만이 이어지나요? ‘업’까지도 이어집니다. 정말로 여러분이 윤회의 실상을 깨닫는다면 막 살수는 없습니다. 길지 않은 인생, 왜 이다지도 일이 많나 한숨 쉬지 마십시오. 이유가 있습니다.”
스님은 이어 정원사에서 5월 초에 펼쳐질 영산재로 화제를 돌렸다.
“영산재는 부처님과 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고 조상들의 나쁜 죄업을 녹이도록 간절히 기도하여, 돌아가신 분들의 극락광생을 발원하는 의식입니다. 의식에는 독경과 염불뿐만 아니라, 절제된 바라소리와 땅속까지 향한다는 법고의 울림과, 하늘까지 도달한다는 날라리소리와, 부처님의 법음이 함께 어우르는 의식으로 영가들이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참회의 마음을 내어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고통받는 조상을 천도하는 그 공덕으로, 여러분과 자손들은 전생의 나쁜 업에서 벗어나, 기쁨과 건강함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또한 살아있는 여러분 조차도 살아가기 위해 알게 모르게 짓는 업, 저축하여 내세와 후손에게 물려주지 말고, 부처님 법 만난 지혜로 업장을 미리 녹여 참회하는 의식이 예수(豫修)재 입니다.”
영산재는 한국에서도 윤달이 껴있는 해에만 치룰 수 있는 큰 의식이다. 오는 5월 5,6일 양일간에 걸쳐 산호세 정원사에는 영산재와 생전 예수재가, 한국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김진하 스님과 전수자 6명을 초청해 불교의 전통적인 범패의식을 치룬다. 미국 교민들에게도 한국의 훌륭한 전통문화를 소개하는데도 매우 뜻깊은 문화행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5월12일 열리는 북가주 봉축연합행사에도 불자들에게 소개된다.
지연 스님은 1000일 동안 해온 기도를 마치고 다시 3000일 기도를 시작한다.
<배경순 객원기자> fatt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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