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인타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비즈니스를 들라면 대부분은 주저하지 않고 은행과 마켓을 꼽을 것이다. 지난 20~30년새 이들 업종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간 모든 업종이 순항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은행, 마켓과 비슷하게 출발했던 가전과 자동차는 뒷걸음질 또는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자동차의 경우 ‘한국자동차그룹’과 ‘김윤성자동차’ 등 대형업체 두 서너 곳이 남아 있다고 하나 다운사이징과 매각 등으로 전성기 때에 크게 못 미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창 때는 조금 과장하면 올림픽가에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자동차 업체가 있었지요. 그 많던 업체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라고 한숨을 쉰다.
자동차업계는 유난히 부침이 심했다. 30년 가까이 업계에 몸담은 한 한인은 “아마 내가 일하는 동안 타운에서 문을 닫은 업체만 300개는 족히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업계를 떠난 사람들이 꼭 능력이 없거나 차를 못 팔아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비즈니스를 너무 쉽게 생각했고 경영의 개념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나름대로 분석까지 내놨다.
자동차의 퇴조는 한인들의 주류 딜러 선호 등 소비 패턴이 변화한 것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대문짝만하게 광고를 해대다 어느 날 폐업을 하고 심지어 고객이 맡겨둔 디파짓을 갖고 잠적하는 사기사건까지 벌였던 일부 업소의 행태가 고객의 신뢰를 깎아먹은 측면도 강하다.
또 가전의 현주소는 어떤가. 2년 전 타운업계의 최장수 업소 중 한 곳인 코스모스가 28년만에 영업을 중단하며 사실상 타운 가전 상권은 침체기를 맞고 있다. 90년대 동양전자, 럭키전자 폐업, 2002년의 헐리트론 파산 등 지난 10여년새 1세대 업소 대부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나마 옛 헐리트론의 업주가 재기를 도모하고 있고, 30여년째 명맥을 이어가는 한스전자의 생존은 위안이다.
쇠락의 요인은 무엇일까? 경영 문제를 차치한다면 업주들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졌다”고 입을 모은다. 갈수록 코스트는 높아진 반면 마진은 박해졌다는 것이다. 한 업주는 “분명히 예전보다 손님도 많아지고 외형이 커졌는데 수익은 반으로 줄었다”고 털어놨다. 우선 ‘싸게, 더 싸게’를 지향하는 베스트바이, 서킷시티, 코스코 같은 주류 대형업체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중소형 업체끼리 만든 바잉그룹이 있다지만 역부족이다. “코스코에 갔더니 우리가 들여온 가격에 플라스마 TV를 팔더군요. 가격 경쟁만으로는 게임이 안 된다는 것을 실감했죠.” 한 업주가 하는 말이다.
가전판매업 만큼 성공을 거두기 힘든 업종도 드물다는 점은 수긍이 간다. 한때 주류 사회에서 승승장구하던 ‘애드레이스’나 ‘굿가이스’도 몰락했으니. 하지만 업주들이 내세우는 이유만이 패인의 전부일까. 차별화된 마케팅 없이 주류업체만 카피하는 정도로 경쟁하거나, 무리한 확장만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타운의 비즈니스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런 불평만으로는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가물에 콩나듯 한인언론에 홍보하는 한 업소는 고객의 60-70%가 20-30년된 단골들로 채우고 있으며, 일찌감치 명품을 무기로 주류 시장까지 파고드는 곳도 눈에 띤다. 남가주 한인이 80만을 넘어섰고 이민도 꾸준히 늘고 있으니 주류 업소를 이용하는 고객을 제외한 ‘니치 마켓’만 잘 뚫어도, 승산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명심할 점은 타운 시장은 대부분 업종이 이미 과열경쟁으로 요약되는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어떤 비즈니스든 고객 취향에 맞춰 끊임없는 변신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이해광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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