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한 상인이 있었다. 어느 날 손자와 함께 중국을 왕래하던 때의 일이다. 그는 관청의 허가를 받아서 좋은 말을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잔금을 확인하면서 좋은 종자의 말을 너무 헐값에 산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음날, 말을 샀던 중국 상인에게로 가서 상황을 확인한 후, 말의 값만큼 돈을 돌려주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손자가 물었다.
“할아버지, 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냥 넘어가셨다면, 그 중국 상인은 몰랐을 테고 우리에게는 이익이 아니겠습니까?”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 손자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혹, 그렇다하여도 상인에게는 도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말 가격에 해당하는 돈을 주어야하고 그 상인은 약속대로 좋은 말을 넘겨야 하는 것이지. 내가 그 상인에게 도리를 지킴으로써 신용을 얻지 않았느냐?” 그때서야 손자는 할아버지의 깊은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취재 차 만났던 수많은 한인 업주들 중에는 고려 말 ‘상도덕’과 ‘신용’을 가장 중요시 여겼던 이야기 주인공 같은 업주가 있는가 하면 ‘성공’에만 집착하다보니 도리나 예의보다는 자신의 비즈니스만 잘 되면 된다는 식으로 운영하는 업주도 있다.
서부 지역 브랜치를 두고 동부에서 본사로 활동하던 한 업체는 서부 진출과 함께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면서 허위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는가 하면, 자신의 비즈니스는 오픈도하지 않은 채 비슷한 업종을 준비하는 타 업주들은 무조건 폄하하려하는 등 상인의 도리와 신용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규모가 작건 크건 비즈니스를 운영하는데 있어 ‘신용’을 얻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이 어느 정도 안정된 비즈니스를 꾸려가고 있는 한인업주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특히 고객으로부터의 신용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번 매장을 이용한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고 영원한 손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정성 그리고 작지만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3-4개월만에 한번씩 구입해야하는 화장품이지만 예전에 들렀던 화장품 샵에서 화장품이 떨어질 때쯤 할인쿠폰과 함께 엽서가 배달된다면, 정기 세일기간은 아니지만 일정 금액 이상 구입한 고객이라면 총 금액의 10%정도를 쿠폰으로 만들어 스토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아이와 함께 한 고객을 위해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캔디나 껌 등을 가게 한쪽에 비치해둔다면 어떨까. 고객의 신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인상은 줄 수 있을 듯 싶다. 좋은 인상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고객의 신용은 저절로 생겨날 테니 말이다.
<성민정>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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