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대학진학을 앞둔 한인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위해 전문 카운슬러인 다니엘 홍씨의 칼럼을 매주 수요일 연재한다. 홍씨는 UCLA(심리학), 옥스퍼드대학(철학)을 거쳐 에모리대학에서 종교철학을 강의했다. 현재 C2 교육센터의 교육 및 진학 카운셀러로 시애틀 타임스와 시애틀 P-I 등 주류신문에 정기적으로 교육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편집자 주>
잠 못 이루는 시애틀 은 영화 속의 얘기만이 아니다. 연인을 찾아 허구한 날 밤잠을 설치는 탐 행크스처럼 요즘 시애틀에는 잠 못 이루는 학부모들이 수없이 많다.
학생들도 근심 속에 살기는 매한가지다. MIT 입학처장인 마릴리 존스는 요즘처럼 학생들이 시험에 시달리고, 잠 못 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시기는 미국 교육역사상 없었다고 단언한다. UCLA 건강연구센터는 대학진학을 앞둔 수많은 학생들이 두통, 위염, 흉곽통증 등을 수반하는 스트레스를 술과 마약으로 풀려는 추세가 급격히 늘고 있다 고 경고한다. 이 스트레스는 대학 진학 후 까지 게속된다. 시애틀 타임스는 최근 UW, SPU, SU 등 시애틀 지역 대학의 재학생 중 25% 이상이 정신질환으로 상담실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국 대학입학상담 협회에 따르면 이 같은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부모와 학생들의 대학순위 집착 때문이다.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가장 성능 좋은 자동차 등의 순위를 매겨 소개하는 소비자 보고서나 Money 잡지 등을 흉내낸 시사 주간지 US News & World Report 가 부모와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 순위에 목매게 하는 대표적 원인 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주간지의 대학순위 보고는 학생의 취미와 적성, 선호도, 전공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최상위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상위권 대학에 진학 못하면 인생 낙오자라는 딱지가 붙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던져주며 학생들을 잠 못 이루게 하고 있다.
대학선택은 배우자선택과 비슷하다. 전체 지원자의 20% 미만만 입학시키는 20여 대학에만 집착하는 것은 수많은 배우자 후보들 중에 미스 코리아 대회 입상자만 결혼상대로 고집하는 것과 같다.
교육에서는 소비자 보고서나 미인대회에서 사용하는 개관적인 측정치로는 최고를 가려낼 수 없다 . 나의 의지와 주관대로 선택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소인, 나와 어울리는 배우자가 최고이듯이, 대학도 주관적으로 나와 어울리는 대학이 가장 좋은 대학이다.
조지 알마니의 옷이 아무리 좋다고 소문나도 자기 몸에 맞지 않으면 전혀 쓸모 없듯이 대학선택에서도 마찬가지 진리가 적용된다.
미 전국에 산재한 3000여 대학 가운데 자신에게 알맞은 학교를 찾아내기란 쉬운 작업이 아니지만, 배우자를 찾는 마음으로 꾸준한 질문과 자기성찰을 통하여 알 맞는 대학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앞으로 이 칼럼에서 ‘무엇(what)’을 ‘어떻게(how)’ 하면 우리 자녀들이 훌륭하게 교육받을 수 있을 것인지 토론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질문인 ‘왜(why)’를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
진정한 교육에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는 자세는 금물이다. 니체는 인간이 왜 사는지를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제는 학생과 부모 모두 진정한 교육을 위해 어떻게를 잠시 접고, 왜 라는 근본적 질문을 자신들에게 심각하게 할 때다.
이 작은 칼럼이 그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한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알 맞는 교육 과정을 발견하도록 돕는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다니엘 홍
C2 교육센터 카운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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