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도 한줌뿐인 연금을 아끼고 또 쪼개어 보시
북가주 불자순례(2) 샌프란시스코 86세 노보살
연금 부끄럽소! 사람들이 모르게 해주소
매달 정부에서 받은 연금을 쪼개고 쪼개어 얼마가 모아졌다고, 미주현대불교에 도네이션을 하고 싶다는 샌프란시스코에 사시는, 86세 노보살님의 연락처를 받았을 때.
아! 따스한 봄이오네.
토요일(1월27일) 아침, 거동이 불편하신 노보살님이신데 그냥 빈손으로 갈 수는 없어서 필자의 주특기인 치킨 수프를 정성스럽게 끓여 담고, 꽃을 살까? 아니야, 사진도 찍어야 되는데, 아마도 돈 모으시느라고 옷 하나도 본인을 위해 사입지 않으셨을꺼야! 어른들이 입으시면 좋아하실 거 같은 가볍고 따뜻한 자켓을 포장했다. 일부러 시니어 아파트 정문까지 와서 필자를 픽업해 가는 보살님은 연세보다 정정하시고, 깨끗하셨다.
작년까지만 해도 휠체어 신세였는데, 하도 주위에 신세를 많이 지는 게 싫어서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해서 지금은 걸어다닐 수 있어요. 6년 전 80 되던 해, 큰 수술을 받아 거동이 어려웠을 때 절에 못 나가는 것이 참 안타까웠어요. 마음으로 부처님을 모시고 조카딸이 읽고 모아준 미주현대불교를 읽으며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할 수 있었어요. 조성내 박사님의 글이 좋아서 한번 통화도 했었어요. 잡지를 통해서 미주불교계의 열악한 환경과,
안타까운 사연을 접할 때마다, 아! 내게 돈이 많으면 이런 절도 돕고, 어려운 불자들도 도울 수 있을텐데 혼자서 수도 없이 상상 속에만 머물렀습니다. 이제껏 수술을 8번이나 했지만, 부처님의 가피로 지금껏 살수 있는 것에 감사하여 80 되던 해, 돈을 모으기로 원을 세웠죠.
조카딸이 케이블TV요금과 전화세를 내줘서 그 돈을 모으고, 10불 20불 매달 남으면 그 돈도 모았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에 전달하는 일에
쓰세요.
그리고 하얀 종이에 곱게 싼 현금 백불짜리 50장을 내어 놓으셨다. 22세때부터 서울의 (주)국정교과서에서 중책을 맡아 열심히 일을 하시고, 65세에 정년퇴직을 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오신 분이라 언론과 간행물의 중요성을 아시는 분이셨다. 절대 알리지 말라 하시며 사진을 급구 피하셨지만 잡지에 내지 않기로 하고 영정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다.
새로 산 자켓을 입으시고 환하게 웃으셨다. 젊은 날의 일생을 가족 부양에 힘쓰셨고 늙고 병든 노후에도 그저 베풀고 나누어 줄려는 그 자비심. 황혼이 아름다움은 석양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저도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면, 보살님처럼 원을 세워 아무도 모르게 당신처럼 행을 해보겠습니다라고 보살님께 손가락을 걸었다. 아무도 모른다는 법명을 살짝 가르쳐 주시는 보살님께 가끔씩 치킨수프를 끓여다 드려야 되겠다. <배경순 객원기자> fatt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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