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터에서 철수된 많은 미군 전차들이 펜실베니아 주의 한 시골 공장 밖에 덩그러니 내팽개쳐져 있거나 부분적으로 해체돼 있다. 이 차량들은 용접공, 페인트공, 수리공들이 와서 고쳐주길 기다리고 있다. 말끔하게 수리되고 나면 다시 이라크에 투입된다. ‘브래들리 전차’ 수백대가 거친 사막지역에서의 ‘사투’끝에 새롭게 태어났다. 흠집이 말끔히 지워졌고 고장 난 곳이 고쳐졌다. 차량 제조업체인 BEA시스템스는 보수작업을 연례행사처럼 한다. 이 회사는 지난 5년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으로 급성장한 기업 가운데 하나이다. 부시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과 수요 급증으로 지난 2003년 이래 브래들리 전차 매출이 2배로 늘었다.
이라크·아프간서 마구 굴러 자주 보수 필요
전차·험비·아파치 헬기·통신장비 등도 ‘들락날락’
관련업체들 최근 몇 년 새 매출 급증에 ‘표정 관리’
이라크 사태 장기화로 향후 수년간 호황 이어질 듯
국방부는 지난해 파손된 험비와 헬기, 그리고 탱크 등을 보수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미국으로 실어왔다. 개수로만 수천이 넘는다. 다른 군납품업체인 제너럴 다이내믹스(GD)는 2004년 이래 생산한 아브람스 탱크 수백 대를 보수하는 계약을 정부와 체결했다. GD는 또 병력 이동차량인 8륜 스트라이커 보수를 위해 중동에 대형 수리공장을 설치했다.
아파치 헬기와 치누크 헬기를 만드는 보잉, F-16전투기를 공급하는 록히드 마틴, 특수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L-3커뮤니케이션 등도 국방부의 군수물자 보수 프로젝트의 수혜자들이다.
BAE시스템스는 1981년부터 1990년대 제작된 브래들리 전차를 보수하고 있다. 현재 육군은 이 차량 약 4,500대를 보유하고 있다. 디젤 엔진을 보수하고 변속기와 자동차 서스펜션 시스템을 고친다. 브래들리 전차는 전쟁 전에는 보통 1년에 800-1,000마일 정도 주행했다. 그런데 이라크 전쟁 이후에는 1년 주행거리가 1만 마일 정도 된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므로 수시로 정비를 하고 보수해야 한다. 보통 10년에 한번 수리를 하는 게 통례이지만 주행거리가 많다보니 매년 수리해야 한다.
피츠버그 남서부 40마일 지점에 있는 대형 공장에는 매년 500여대의 브래들리 전차가 텍사스 육군 부대창고로부터 전달된다. BAE시스템스는 전차를 보수한 뒤 펜실베니아 주 파야트 카운티 요크에 있는 자사 공장으로 보낸다. 여기에서 수리, 재조립과 성능시험을 거친다.
공장에는 천장에 육중한 기중기가 설치돼 있다. 브래들리 전차를 들어 올려 수리전문 섹션으로 이동시킨다. 전차가 도착하면 수리공들이 전차에 들러붙어 고장 난 곳을 고치고 파손된 부분을 수리한다. 총격을 막기 위한 두꺼운 철판으로 차량을 두른다.
이곳에서 일하는 수리공들 가운데 상당수는 전투경험자이다. 조 스나이더는 육군 방위군 예비군인데 2005년 9개월 동안 이라크에 배치됐었다. 그는 “나는 이 전차들이 어디로 가서 무슨 임무를 수행할 지 안다. 어떠한 어려움을 겪게 될 줄도 안다”고 말하면서 전쟁의 비극을 넌지시 전했다. 적의 공격을 받으면 차량이 파손될 뿐 아니라 타고 있던 군인들도 희생된다는 점을 시사했다.
실제 전차에서는 군인들의 흔적이 생생히 남아 있다. 소다 깡통, 탄피, 나침반, 선글라스 등이 그대로 전차 내부 바닥에 있다. 공장 매니저인 데보라 폭스는 “종종 군인들이 작성한 메모도 발견한다”면서 “결혼반지를 발견해 정부당국에 건네주었다. 그리고 이 반지가 주인에게 전달됐다고 들었다”고 했다.
한 메시지는 “브래들리가 대전차 지뢰폭발에도 견뎌 캔사스주 포트 릴리에서 출병한 군인 6명의 생명을 구했다. 우리의 구세주다”라고 돼 있다. 이 글귀는 브래들리 수리공장에 사진으로 찍어 보관돼 있다.
브래들리 전차 수리 비즈니스는 전쟁 전 연평균 5억-8억달러였는데 2006년 한해만 14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2007년에는 이라크 전쟁이 개시된 이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비는 사상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회예산실에 따르면 지난해 전비는 1,200억달러였으나 올해엔 2,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쟁 기간이 길어지면서 전투에 투입된 전차 등 군 장비들도 노후가 빨라져 수리비가 급상승한다. 관련 기업들은 전쟁 통에 짭짤한 수입을 올리게 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년간 이러한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 사용되고 있는 브래들리 전차. 사막지역에서 주행거리가 많아 고장도 잦고 파손 사례도 많아 자주 수리를 해야 한다>
<험비 등 전투차량 수리 사업이 이라크 사태 장기화로 향후 수년 간 지속적인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