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구조물로’세계 7대 불가사의’가 꼽힌다. 초등학교 때 암기교육의 힘으로 지금도 기억에 남은 이름들을 짚어보면 이집트의 피라미드, 바빌론의 공중정원, 올림피아의 제우스상, 아르테미스 신전, 알렉산드리아의 등대 등이다.
BC 2,500여년에 세워진 피라미드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나머지도 모두 BC 250-500년에 만들어진 고대문명의 산물들이다. 수천 년 전 아득한 옛날 고대인들이 어떻게 그런 거대한 구조물들을 세울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의문을 속 시원히 풀수 없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구조물들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무너지기도 하고, 전쟁 중 파손되기도 하고, 하천 범람으로 와해되기도 했다. 지금껏 남아있는 것은 피라미드뿐이다.
피라미드는 거의 반만년의 세월을 버텨왔다. 그런 장구한 수명의 비결은 바로 사막이다. 피라미드가 사막이 아닌 다른 곳에 세워졌다면 이제까지 건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사막이 다른 모든 곳과 구별되는 조건은 물이 없다는 사실이다.
가장 완벽한 방어 상태를 우리는‘물 샐 틈 없다’고 표현한다. 그 말은 알고 보면 대단히 과학적인 서술이다. 지진이나 화재 같은 외부 충격 없이도 세상의 모든 건축물들은 결국 무너지고 마는 데 그 원인은 물이다. 모세관 현상으로 물은‘물 샐 틈’만 있으면 집요하게 침투하고, 일단 물이 스며들면 재질에 따라 녹고, 썩고, 산화함으로써 건물은 서서히 파괴된다. 건축물의 최대의 적은 물, 습기이다.
새해가 되니 또‘새해 결심’이 거론된다. 대개 살아온 햇수만큼 새해 결심을 하고 거의 그만큼 실패를 거듭한다. 올해도 가장 흔한 결심은 다이어트, 운동, 금연 등. 그 외 각자 형편에 따라 취직, 결혼, 돈 벌기 등이 있다.
나는 올해 좀 색다른‘새해 결심’을 했다. 다이어트, 운동, 돈 벌기 … 내 삶이라는 구조물을 좀 더 멋지고 견고하게 만드는 결심들은 일단 접기로 했다. 모두 필요하지만 올해도 못 지킬 것은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대신 최소한 내 인생의 구조물에 ‘습기’는 스며들지 않게 해야겠다는 것이 나의 결심이다. 질병이나 사고 같은 외부적 충격이 없는 데도 공연히 내부로부터 나 스스로를 무너트리는 것, 바로 ‘걱정’이다.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우리를 서서히 무너트려서 목숨이 다하기도 전에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적들로 걱정, 의심, 두려움, 절망을 꼽았다. ‘걱정’은 혼자 있지 않고 떼거리를 몰고 다니는 것이 문제이다. 물, 혹은 습기가 곰팡이며 박테리아를 불러들여서 파괴의 일꾼으로 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어느 순간 영혼의 틈새로 걱정이 스며들고 나면 불안이 찾아들고, 불안해지다 보면 두려움이 생기며, 괜히 상대방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고, 절망감에 밤잠을 못 자게 된다. 지난 한해를 돌아봐도 실제로 일어난 나쁜 일보다는 ‘혹시 그렇게 된다면…’하는 온갖 상상으로 괴로웠던 날이 더 많았을 것이다.
’걱정’은 몇 가지 특성이 있다. 걱정에 관해서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해서 그 명언들만 살펴봐도 재미있다. 걱정은 첫째, 실제보다 수적으로 많다 -걱정거리 10개가 저 앞에서 다가온다면 그중 9개는 너한테 도착하기도 전에 도랑으로 빠지고 말 것이다
둘째, 걱정은 실제보다 커 보인다 - 걱정은 작은 것에 큰 그림자를 만들어준다 셋째,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걱정은 흔들의자 같은 것, 뭔가 할 일은 주지만 항상 제자리이다 넷째, 걱정은 할수록 더 하게 된다 - 걱정거리는 사람과 닮았다. 먹여줄수록 점점 자란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낙천적 성격이다. 피라미드처럼‘습기 문제’가 없다. 행복의 비결은 다른 게 아니다.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못 즐기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올해는 영혼의 창문을 활짝 열어서 ‘걱정’이라는 습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하려는 내 결심에 많은 분들이 동참했으면 한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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