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이 시작됐다. 한 해가 가면 새 해가 오는 게 당연하지만, 그냥 무덤덤하게 또 한 해를 살고 싶지는 않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에는 숲속에 난 두갈래 길이 나온다. 한 쪽 길을 선택하여 살아가지만 가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후회와 궁금함은 지워지지 않는다. 바로 우리 인생의 수많은 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새해 또한 우리가 한번도 간 적이 없는 다른 길이다. 똑같은 달, 똑같은 365일이 있는 해 라고 해서 어제와 몇년전이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토정비결을 보고 올해 운수를 점친다. 새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고 결심을 한다. 이런 것들 모두 우리가 가지 않은 길들에 대한 준비와 대비이다.
한국의 신년광고의 카피 중에 이런 것이 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 지지 않았다. (중략)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중략)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새해에 대한 희망을 아직 가보지 못한,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기대로 적절하게 표현했다. 이 카피와 광고를 본 사람들도 나처럼 새로운 날들에 대한 희망이 생겼을 것 같다.
아이들을 보면 새해가 오는 것이 제대로 실감난다. 기어 다니던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언제 말하나 싶던 아이가 수다쟁이가 되고, 도움 없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바로 새로운 길을 가는 모습들이다.
어른들은 새로 이루어 갈 것이 아이들보다는 적을게 틀림없다. 그러면 어떤가, 이루지 못한 무언가를 찾아서 그 길을 가는 것이 2007년의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가지 않은 길을 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두려움일 것이다. 그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두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하나는, 누군가에게는 이 길이 가지 않은 길이 아닌 영영 가지 못하는 길일 수 도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겨울 나는 아주 가까운 분을 잃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허망해 했고 슬퍼했다. 아직도 젊은 나이이고 아이들도 어린데, 갑자기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어 새해가 밝아올 수록 그분의 얼굴이 떠올라 힘들었다.
계획도 꿈도 많고 언제나 열심히 살던 그분에게 이제 2007년 이라는 해는 영영 없는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시간을 살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감사함이 컸다. 누군가에게는 없는 시간을 우리는 새로 살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힘이 나지 않는가.
또 하나는 한인 주부 수잔나 박이야기이다. 그녀는 얼마전 뉴욕의 한국역사왜곡 교과서인 ‘요코이야기’를 교과서 목록에서 제외시키도록 단독 투쟁하고 결국 성공시켰다. 역사전문가도 아닌 한 주부가 잘못된 일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갔다. 두려움으로 숨지 않고 당당히 나섰다. 나를 포함하여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의 마음에 어떤 울림이 있지 않을까.
요즘 50대는 예전 40대라고 할만큼 세상이 젊어지고 있다. 젊음은 탱탱한 피부, 멋드러진 패션만이 아니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거부와 두려움, 가지 않은 길을 쳐다보지도 않는 마음은 젊음의 반대 방향이다. 가지 않은 길은 세상에 가득하다. 필요한 것은 두려움 없는 마음과 힘찬 발걸음이다.
<유정민> 텐커뮤니케이션스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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