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왕
국제 펜 SF지역위원회 회장
한 해가 가고 다시 새해가 옵니다.
밝은 햇살의 새해가 우리 모두에게 열릴 겁니다. 우리에게 새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새해는 단순히 끝없이 흐르는 시간의 어느 한 매듭도 아니며 무심한 시간의 무의미한 바뀜은 더구나 아닙니다. 우리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일정한 기간동안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새해는 무감각한 시간의 변동일 수만은 없습니다. 한해, 한해가 어김없이 바뀌어 간다는 사실은 우리의 한정된 삶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적인 확인 입니다. 우리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이 사실 앞에서 우선 우리는 경건해지고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공평함은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도,노년의 삶을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도 빈틈없이 적용됩니다. 다만 아이에게는 성장을, 노인에게는 더 빠른 쇠퇴를 주는 것만이 다를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시간의 냉엄성을 자칫 망각하거나 소홀히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그 망각 증상은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그건 젊음이 갖는 자신감 때문에 빚어지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새해는 우리가 갖기 쉬운 그 망각의 증상을 깨우쳐 주고 일깨워 주는 계기로서 그 의미가 큰 것이 아닌가 합니다.
고루한 얘기 같지만, 흐르는 물은 한 번 스쳐간 곳은 두 번 다시 스쳐갈 수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시간을 소중하게 아껴 쓰라는 교훈입니다. 제가 파악하는 새해의 의미는 우리의 삶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겸양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물이 흘러감 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이가 소년이 되고,소년이 청년이 되고, 청년이 장년이 되고, 장년이 노인이 되는 것 아닙니까?
결국 우리의 인생은 시간의 흐름인 것이고 우리의 인생살이란 그 시간을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 했는냐에 따라 결정되어 진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우리는 수시로 확인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남보다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남보다 유명하기를,남보다 잘 살기를,남보다 힘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을 우리는 우러러 보고 부러워하고 삶의 좌표로 삼기도 합니다. 우리가 역사속의 인물이 되기를 막연하게 바라기전에 우리는 그런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찾아 낼 수 있어야 할 것 입니다. 역사속의 인물들은 그들이 어느 분야의 사람이든 간에 모두 한가지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해서 지키고 이용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성실성이라고도 하고, 치열성이라고도 합니다.
인간은 시계라는 것을 발명 해냈습니다. 그것은 생활의 편리함만을 위해서 만은 아닐 겁니다. 시간이라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그러면서도 우리의 인생을 제한하고 구속하고 있는 그 마법과 같은 시간의 형체를 찾아내고 확인 하고자 하는 욕구가 곧 시계를 발명하게 한 것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편리한 도구로서 시계를 볼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의 확인을 위하여 시계를 들여다 보십시요. 1초, 1초, 초침이 돌아가는 그 순간, 순간이 곧 나의 생애가 없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 소모되어 버린 시간은 영원히 내 앞에 다시 오지 않는다는 확인으로 시계를 보십시오. 그래도 젊음 앞에서 시간은 정지해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을 수 있겠습니까?
새해는 바로 그 착각을, 몰아내는, 시간을 확인하는 계기로서 그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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