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대불련 회장
나는 누구인가…그대는 누구신가
-한암 대원 대선사를 다시 그리며
한국불교는 선불교다. 그러므로 부처님 이래로 삼천년동안 이어져 온 참선의 요지를 우리가 잘 알고 있지 못한다면
불교인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다. 간단히 말해서 부처님의 ‘해탈 체험’에 우리가 ‘동참’하는 것을 참선(선에 동참한다)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처님의 해탈체험이란 무엇인가. 바로 ‘나는 부처다’라는 자각이다. 이렇게 ‘자각된 자아’는 흉중에 본래해 있던 그 부처와 동일한 것이기에 부처는 만들어내는 조불(造佛)이 아니고 이루는 것(成佛)이다.
그렇다면 원래로 부처인 것을 왜 ‘자각’까지 동원해야만 되는 것인가. 그것은 옛 거울(古鏡 )처럼 먼지(煩惱)와 흠집(業)이 커졌기 때문이다. 먼지를 털어내고 흠집을 말끔히 지우자니 끝없이 기도하고 발원하고 참회해야 하는 노고는 피할 수가 없게 노릇이다.
여기에서 혁명적 반론으로 대두된 것이 간화선을 중심한 선승들의 반(反)종교적 수행운동이다. 한번 크게 뛰어 바로 여래의 땅에 들어가면 되는 것이지 구차하고 비루하게 신앙을 빌려 그리도 발발거리고 있느냐는 것이다. 용맹하기가 짝이 없고 그 정진의 모습은 가히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듯하기가 일쑤다. 어쨌거나 대를 이어 눈 푸른 이들이 배출되어 부처님의 해탈체험을 증언해 내려온 것은 과연 등불을 전해내려 왔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옛 스님들의 일화를 보자. 위산 스님이 그의 수제자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열반경 40권가운데 얼마만큼이 진실된 말씀이고, 또 얼마만큼이 잡설인가. 앙산이 대답하되 얼마만큼은 무슨 얼어죽을! 그 모두가 마귀의 말뿐입니다.
그렇다고 허허하고 그냥 넘어갈 위산이 아니다. 다시 묻되, 자네는 무엇이던 거부하기를 맹세한 사람 같군. 아니면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것 없이 말하는 것을 포기한 것인가. 앙산이 다시 대답하되, 저의 가슴속에 있는 본래 부처(本佛) 외에 다시 무슨 부처님과 그 말씀 같은것을 믿겠습니까. 앙산은 화가 난 듯이 제자에게 쏘아 부쳤다. 너는 선정 나부랭이나 즐기는 소승의 족속이로구나여기에서 더 나아간 대화의 기록은 없다. 그러나 뒷날 앙산이 스승인 위산을 모시고 위앙굴을 개척하여 천하의 사람을 모으고 불러들여 전등의 위업을 이룩하였으니 그는 분명 부처(法身佛)는 부처님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음을 후대에 보여주신 것이리라.
선은 논리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않다. 인생관도 아니고 세계관도 물론 아니다. 다만 우리의 삶은 해탈의 삶이 아니면 안된다는 그 당위성에 참여하는 것으로써 삶 그 자체를 문제삼는, 지극히 인간적인 몸부림인 것이다. 그 몸부림에 대한 전면적인 부닥침이 나는 무엇인가 하는
단도직입적인 물음이다. 실존의 확실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추수감사절을 전후에서 한국의 한암 선사께서 이 지역을 다녀가셨다. 남쪽에서 진제요 북에는 송담이며 중간에는 한암이라 하여
현재 한국 선종에서 눈 푸른 납자로 추앙받고 있는 이다(스님께서 계룡산에 주석하고 계심으로 中한암이라고 칭한다). 이틀을 모시고 다니면서 이 지역을 보여드리는 소중한 인연을 가지게 되었다. 잘 가시라고 인사하는 저를 불러앉히시고는 조용히 물었다. 그대는 누구신가.
나에게 무슨 답을 기대하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항상 이것을 잊지 말고 살라는 선사의 자비다.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은 부처의 지혜요, 너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은 부처님의 자비다. 보여주신 각별한 은혜를 고마워하며 선사의 깊은 자비심에 존경을 보낸다. 법체 강안하소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