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왕(국제펜 SF지역 회장)
매일 아침이면 해가 뜨고 매월 15일이 되면 만월이 되는 같은 날들의 연속이다. 1월과 12월은 31일까지, 있는 날짜까지 같은데 어감은 영 다르다. 12월은 어김없이 분주해지고, 분주한 만큼 가슴의 쌓여있는 잡동사니도 많고, 그만큼의 허전함도 크다.
자격도 변변치 못한 내가 펜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맡은 지도 2년이 되었다. 세계는 각 민족과 국가 단위로 이루어지나 그 문학은 국경을 초월하여 그 어떤 상황 변화 속에서도 국가 간의 상호 교류를 유지하여야 하고 예술작품은 인간의 보편성에 바탕을 두고 길이 전승되는 재산이므로 국가적 또는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국제 펜 헌장처럼 문학세계는 개인이 만들어가는 독특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베스트 셀러로 판매부수를 자랑하며 돈을 많이 벌어들인 작품이 결코 문학적 작품 수준과 같은 수치는 아니다. 많은 미술작품이나 음악, 문학들이 몇십 년 몇백 년 후에 새로이 평가되고 그 빛을 발하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남의 글을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PEN회원이라면 또 글 쓰는 사람이란 칭호가 붙으면 글을 써야 하고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PEN에는 소설가나 시인 수필가 외에도 번역 편집인들이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글 쓰는 것 외에도 언론자유의 수호를 위해 노력하고 정치 경제의 올바른 질서를 지향하기 위해 정부나 행정기관, 제도권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과연 이 시대에 글 쓰는 사람들은 제 몫을 하고 있는가? 정부의 또는 권력 단체의 시녀 노릇이나 하고 있지는 않는가? 독자들의 구미에 맞추는 아름다운 미사여구나 신경을 자극하는 단어들을 남발하고 있지는 않는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글이 나가면서 펜 회원들 중에는 중학교 동창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하고 대학동창을 35년 만에 연락이 닿았다고 한다. 이민 와 30년 정도 이 지역에 살면서도 서로 모르다가 신문에 이름과 사진을 통해서 반갑게 만났다는 것이다. 글이 지면을 통해 나가면 그 글은 이미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만인이 공유하고 느끼고 함께 호흡한다. PEN이 북가주 지역위원회로 승인되어 약2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신입 회원도 늘어났다. 모두가 그 동안 이 지역에서 글을 써온 원로로 알려진 사람들이다. 펜 창간호가 나온 지 1년여 다시 2호가 태평양 건너 배를 타고 오고 있다. 글 쓰는 사람들 모임답게 열심히 글을 써준 회원들께 감사하며, 지면을 통해 많은 사람들께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일보에게도 감사 드린다.
매일이 같은 날의 연속이지만 우리가 1월이니 12월이니 명칭을 붙여 놓았다. 시간의 간격도 우리 인간이 만들었고 물이니 바람이니 불이니 모두가 우리가 명칭을 붙여준 것이다. 물을 불이라 처음부터 지었으면 우리는 그렇게 부르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만든 틀 안에서 또다시 12월을 맞이했다.
하지만 허전해하지 말자. 한 해가 가고 한살이 더 먹어 늙는다고 생각지 말자. 하루 하루 새롭게 생각하고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간이 가진 우리의 최대 특권이다. 글을 써주신 회원들, 지면을 할애하신 한국일보, 읽고 격려도 꾸지람도 칭찬도 주시는 독자 모두에게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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