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때로는 한 두 마디 말로 상황이 확 달라지는 수가 있다. 지난 화요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가 그런 경우였다. 중간선거 결과로 1월부터 위원장이 될 칼 레빈(민주) 의원은 게이츠 씨에게 “당신은 현재 우리가 이라크에서 이기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라고 질문한 데 대한 그의 대답은 “No, sir” 였다. 부시 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 그리고 다른 참모들이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이 곳 저 곳에서 하면서 이라크에서의 미군의 곤경을 철저히 부인하는 정직성의 결여와 너무나 대조가 되는 솔직한 대답이었기에 군사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그를 상원에 추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게이츠 씨의 다른 발언들도 의원들을 감동시켰다. 청문회를 직면하는 압력에 대해서 그것은 “제가 어느 날 저녁 호텔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제게 다가온 어떤 여자에게 받은 ‘프레슈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 여자는 제가 장관직에 지명된 것을 축하하면서 ‘제 아들 둘이 이라크에 있어요, 제발 빌건대 그들이 안전히 귀국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말 했습니다”라고 게이츠 씨가 술회했을 때 고개를 끄덕인 의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또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이 게이츠의 지명 이후에 59명의 미군들이 이라크에서 사망했음을 지적했을 때 게이츠는 자기의 일부 전임자들과는 대조적으로 그날 현재 미군 사망자 총 숫자(2,889)를 기억했을 뿐 아니라 다음과 같이 부언했다. “텍사스주 A&M 대학교의 졸업생 12명이 이라크에서 전사했습니다. (그 학교의 총장으로서) 나는 아침에 그들 몇 명과 조깅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또 나는 그들에게 졸업장을 수여한 사람이며 그들의 임관식에도 참석했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의 전사 소식에 접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개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부시의 지명에도 불구하고 게이츠는 “나는 아무에게도 빚진 것이 없는 사람임을 의원 여러분께 공언할 수 있습니다”라고 천명함으로써 여러 의원들의 수긍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독립적인 사고와 정책 조언이 부시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라는 점에서 이라크 전쟁 시작이라는 부시 최대의 실패가 앞으로 얼마동안이나 미국을 괴롭힐지는 미지수다.
이라크 연구위원단(ISG)의 보고서도 이라크 사태를 비관적으로 분석하면서 미군의 전투 참여 대신 이라크 군 훈련으로 이라크 군이 치안유지에 주역을 담당케 하며 시리아와 이란과 회담을 통해 이라크 사태 해결을 모색해야한다고 건의했다. 민주당 출신 전직 고위층 5명과 공화당 출신 전직 고위층 5명으로 구성된 ISG의 97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의 단어분석을 한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가 이채롭다. 이라크 전쟁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부시의 단골 메뉴와는 정반대로 그 표현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반면 화해라는 단어는 52회 사용되었다. 승리라는 말이 세 번, 그리고 폭력이란 말이 51회 사용된 것도 눈에 띈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공화)과 해밀턴 전 하원 외교분과위원장(민주) 등 10여 명의 위원들을 백악관에서 접견한 부시가 ISG의 건의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화해 촉구 및 이라크 인근국가들과의 외교활동으로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려고 현 정책의 대폭 수정을 꾀할는지, 또는 고집스럽게 현상을 유지하려고 할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번 잘못된 결정의 지속적인 폐해를 이라크 사태에서 절감하게 된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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