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칼/럼
▶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1970년대에 젊은 중고등 학생들에게 미국 서부영화에 빠지게 한 영화 중의 하나가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Sundance Kid)였다. 잘생긴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 포드의 인간적인 것 뿐 만 아니라 냉정하도록 차디찬 연기는 호기심 많은 학생 시절에 총잡이가 되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그들은 단순한 총잡이 강도라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는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단 한번만 은행을 털고서 더 이상 잘못된 길을 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지만 현실은 그들의 마음을 순수하게 이해하지 않는다. 결국 자기에게 닥친 어떤 운명을 탈피하려고 애쓰지만 결국 자기들이 걸어온 운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애처롭기 그지없다. 그래서 한국어 제목을 ‘내일을 향해 쏴라’라고 했을 것이다. 자기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자기의 세계를 위해 노력하라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미국에 살면서 자기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실용주의 문화 속에 살면서도 이민자는 때때로 이상주의 세계에 도취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보면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의 자기와 잃어버린 자기 속에서 때로는 갈등하면서도 스스로 위안을 삼을 때가 있다. 은행을 터는 총잡이 이면서도 총잡이로 인생을 마치는 것을 원치 않았던 부치와 선댄스처럼 우리는 결코 되어서는 안 될 자기를 부정하면서도 결국 긍정해야 하는 현실 세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나무꾼과 선녀??의 동화에서 사슴은 나무꾼에게 선녀가 아이를 셋 낳을 때까지는 절대로 날개옷을 주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무꾼은 선녀에게 그만 아이가 둘이 있을 때 날개옷에 대한 비밀을 말하고, 그 날개옷을 선녀에게 주고 말았다. 선녀는 하늘에서 내려왔지만 날개옷이 없어서 하늘로 못 올라가고 결국 땅에 남아 땅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하늘에 대한 소원은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남편인 나무꾼의 어리석음을 이용하여 자기의 소원을 이루고 말았다. 착하고 미련한 나무꾼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한시라도 하늘에 대한 생각을 버리지 않고, 기회를 기다린 선녀의 삶은 그야말로 ‘내일을 향해 쏴라’의 삶이라고 볼 수 있다.
성경은 말씀한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너희 각 사람이 동일한 부지런을 나타내어 끝까지 소망의 풍성함에 이르러 게으르지 아니하고 믿음과 오래 참음으로 말미암아 약속들을 기업으로 받는 자들을 본받는 자 되게 하려는 것이니라??(히브리서6:11-12)
미국의 부자였던 록펠러(John D. Rockefeller) 씨가 미국의 유일한 억만 장자가 되었을 때 그는 불행하게도 알로페시아(Alopecia)라는 불치병에 걸리게 되었다. 머리카락과 눈썹이 빠졌고 무엇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 날 자신이 어떻게 살아 왔고,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록펠러는 그 때부터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 내일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자선사업과 신앙인으로서 해야할 의무를 다하기 시작했다. 54세에 죽을 위기에서 벗어나 98세에 세상을 떠나면서 24개의 대학을 세웠고 4,928개의 교회를 세우는 일에 헌신을 하였다.
사람이 신앙인이든 아니든 나름대로 살아가는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인생을 보람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같을 것이다. 비록 오늘이 힘들지만 내일을 위해 무엇인가 바라고 기대하며 내일을 향해 쏘면서 산다면 언젠가 그 미래의 자리에 갈 때에는 분명히 그 옛날에 쏘았던 흔적을 만날 것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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