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 전. 출가불자들과 재가불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입밖에 냈다. 송년회나 연합법회, 그거 우리도 한번 해봅시다. 맞장구가 이어졌다. 몇차례 다달이 모임을 가지면서 생긴 의욕은 곧장 줄달음쳤다. 얼기설기 준비위가 구성됐다. 때와 곳이 정해졌다. 후딱 계약까지 마쳤다.
그러나 부푼 의욕만큼 걱정이란 그림자는 길었다. 북가주 대여섯 사찰 일요법회를 거르지 않는 불자들이 한 150명? 혹 200명? 이들이 다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기껏 100명남짓 모일까, 그저 200명이나 채울까, 의욕만 앞세웠다 썰렁잔치 되면 무슨 낭패인가…. 그래서 큰맘 먹고 예약한 자리는 250석.
마침내 12월3일(일). 오후 4시쯤 첫 목탁이 울리기도 전에 초만원. 어린이 수십명을 문화센터 맞은편 꽤 넓은 놀이방에 저들끼리 있게 했는데도, 행사장은 미어 터졌다. 통로를 쥐어짜듯 좁혀 부랴부랴 예비의자를 놓았지만 그나마 부족했다. 별수없이 벽을 등받이로 삼아 선 사람들, 입석도 못찾아 행사장과 놀이방 사이 복도에서 유리창을 통해 엿봐야 하는 사람들도 즐비했다. 짜게 쳐도 400여명. 준비위원 진행요원 상당수는 밀려드는 불자들을 안내하느라 정리하느라 손꼽아 기다린 연합법회 1부를 걸러야 했다. 내년에는 1,000명쯤 잡고 준비해야겠다는 즐거운 비명이 예서제서 솟음쳤다.
북가주 불자 화합의 한마당이란 기치 아래 북가주 승가회가 주최하고 재가신도 연합회와 젊은불자 연합회(KAYBA)가 공동주관한 제1회 송년 연합법회는 3일(일) 오후 4시쯤부터 10시쯤까지 무려 6시간 가까이 서니베일 KTVN 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새해에는 더욱 발심하여 행복한 삶이 되기를
◆제1부(송년법회)=
연성진 거사(전등사)가 사회를 본 송년법회 첫 순서는 여준 스님(SF 불광사)의 목탁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지혜심 보살(정원사)의 피아노반주에 맞춰 부르는 삼귀의가 울려퍼졌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뒤이어 간절하고 나지막한 반야심경이 메아리쳤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연관 스님(삼보사)이 대신 읽은 미주승가회 권도현 상임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송년법회 준비위원장인 수원 스님(여래사)은 올해 봄 북가주 승가회 결성과 어린이 템플스테이, 합동산행, 젊은불자 연합회 조직 등 그간의 밭고르기 씨뿌리기 과정을 열거한 뒤 이러한 일들이 인연이 되어 오늘 이곳 불자들의 화합 한마당인 송년법회를 갖게 되었다며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발심하여 선근의 씨앗을 많이 뿌려 자비의 물을 듬뿍 주어서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 되도록 해야 하겠다고 당부 겸 인사했다.
김정현 거사(정원사)는 신도대표 축사를 통해 오늘을 계기로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참뜻이 널리 퍼지기를 기원한다는 소망의 나래를 펼쳐보였다. 다른 행사 때문에 지각한 정상기 총영사는 3부 도중 막간축사를 통해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와 같이 불교인들이 국난타개에 앞장섰던 역사를 되짚으며 북가주 불교인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의 평화와 남북통일을 위하여, 한미관계 증진을 위하여, 그리고 북가주지역 동포들의 단합과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계속 커다란 역할을 하여 주시기를 부탁했다.
부처님께 소망카드 사생대회 최우수상에 홍윤희 양
◆제2부(문화행사)=
저녁공양에 이어 판소리(무형문화재 전수자 정서훈)와 춤사위(고전무용가 고미숙)로 막이 오른 제2부는 북가주 명가수 우정안 씨와 한정순 씨의 릴레이 가요열창에 얹혀 앗싸분위기로 바뀐 뒤 성기종 가주연예인협회장이 부른 파도와 가거라 삼팔선에 잠시 숙연해지는 듯하다 폭소폭탄 명사회자(자넷 서)가 이끈 남행열차를 타고 다시 신명의 바다로 빨려들었다.
그 사이, 놀이방 어린이들은 또래들과 노느라 낄낄, 그림을 그리느라 낑낑,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부처님께 새해소망 담은 카드쓰기(그리기) 제1회 사생대회 최우수상은 동심어린 부처님 사랑을 도화지 가득 담아낸 홍윤희 양 품에 안겼고, 이수경 김현주 이승미 양 등이 우수상을 차지했다.
숨은 끼 아낀 솜씨 한바탕 웃음으로
보리사 가릉빙가 중창단 영예의 1등
◆제3부(화합의 한마당 장기자랑)=
제1부 연합법회 때 두 눈을 지긋이 감고 두 손을 소곳이 모은 모습들에서는 좀체 상상하기 어려운 ‘숨은 끼, 아낀 솜씨’들이 밑도끝도 없이 발산된 무대였다. 이따금 던지는 썰렁한 농담 말고는 늘 과묵한 설정원 KAYBA 공동회장이 나훈아의 사랑으로 스타트를 끊어 웃음을 선사하더니, 종이왕관을 눌러쓴 정원사 룸비니합창단(3등)이 깜찍율동을 곁들인 찬불동요로 뒤를 받쳐 박수를 받았다.
여래사 임중선 거사는 사모곡을 애절하게 불러 모두의 어머니 각자의 어머니를 가슴가슴에 심어줬고, 불광사 학생불자 김도형 군의 클라리넷 연주 사랑으로가 이어지는 동안 객석의 불자들은 허밍으로 낮은 음성으로 따라부르며 단상단하 화음을 빚어냈다. 불교마을 큰일꾼 연성진 거사(전등사)는 부인 연대해월 보살과 뜻 맞춰 소리 맞춰 그 시절 그 건너를 부르고, 한은순 보살·스캇 스티븐슨 처사 등 삼보사 12명이 신나는 라인댄스를 선보였다. 보리사 박정진 어린이가 또래들과 함께 찬불동요를 부른 뒤 온 몸을 벌에 쏘인 듯 마구 털어내는 막춤으로 보너스 웃음보를 터뜨리자, 대승사 조미숙 보살(2등)은 웬만한 가수도 소화하기 힘들다는 장녹수로 분위기를 잡았다.
우르르 몰려나와 무대를 점령한 정원사 법우들이 한바탕 댄싱아웃 파티로 장내를 뒤집어놓더니, SF상공회의소 회장인 불광사 유대진 처사는 미리 준비한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노란 손수건을 선창해 객석을 하얀 손수건(냅킨) 물결로 만들었고, 대승사 김우탁·김우제 어린 형제는 산타클로스가 사찰을 찾은 듯 퓨전복장으로 깜찍댄스를 춰 갈채를 받았다.
84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올해 4차례 산행에 개근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해온 여래사 황기준 거사가 수십년 전 영사기나 축음기를 틀어놓은 듯 추억의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 몇토막을 재생했고, 보리사 가릉빙가 합창단은 우리도 부처님 같이 무상 등 경건한 화음으로 영예의 1등상을 차지했다. 삼보사 수덕화 보살이 파리의 하늘 아래 터뜨린 웃음폭탄에는 은은한 미소로 일관하던 연관 스님도 동호 스님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박장대소했다.
천길 폭소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불자들을 건져올린 것은 정원사 홍성민 군과 황예현 양,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로 뛰는 가슴들을 쓰다듬었다. 유대진 처사의 아들 유태원 군과 보각해 보살의 딸 김민영 양이 KAYBA의 명예를 걸고 너에게 쓰는 편지를 읊은 뒤, 대승사 김우탁 군이 한남자로 장군을 치자 투병중인 소리꾼 강택수 처사가 심청전 한 소절로 멍군을 쳤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남겨진 이야기 몇다발>
○…준비위원회 헌신봉사가 없었다면 연합법회 풍년도 없었다. 준비위원장 수원 스님을 비롯한 출가불자들과 신도들의 좌장격인 김정현 거사와 이윤우 법사, 신진휴 거사, 연성진 거사, 지혜심 보살, 정명지 보살 등 준비위원들과 KAYBA 회원들은 두어달 전부터 프로그램을 짜고 출연자를 섭외하고 행사비를 조달하는 등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 예상밖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특히 KAYBA 회원들은 행사당일 장외안내와 장내정리는 물론 저녁공양 및 경품추첨 때 딜리버리맨 역할까지 맡았는가 하면, 행사 뒤 청소 등 궂은 일을 묵묵히 해냈다. KTVN 성기왕-장금자 사장부부는 그렇게 많이 모였는데도 행사가 질서있게 진행되고 뒤처리까지 깔끔해 정말 놀랐다고 한다. 한편 사회자 재닛 서 씨는 행사시작 뒤 5시간이 지난 9시(3부 도중)를 넘어서도 자리를 뜨는 사람이 거의 없자 특유의 익살로 다른 행사에서는 좀 지나면 요 앞자리는 텅 비고 저 뒤에 내 친척들만 남는데 오늘은 정말 다르다고 놀라워했다.
○…북가주 승가회 양로원 건립을 위한 불씨가 심어졌다. 노인불자들이 부처님의 가피 속에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10년이 걸리고 더 걸리더라도 양로원 건립을 위한 첫 걸음을 지금 내딛자는 수원 스님의 제의에 따라, 승가회는 행사잔여금 중 일부를 그 종자돈으로 돌릴 계획이다.
○…연성진 거사 참사랑 실천은 이번에도 향기를 뿜었다. 연합산행 월례모임 등 불교마을 행사때면 거의 어김없이 나타나 스님들과 법우들의 움직임 한가지 말 한마디까지 동영상에 담아온 연 거사는 소속 전등사의 이모저모와 올해 북가주 불교마을의 각종행사 장면을 담아 손수 구워낸 DVD 판매금을 전액 KAYBA에 기부했다.
○…성공의 그림자 교만 경계론 또한 적지 않았다. 불자들의 특정사찰 출석여부와는 별개로 이번 행사를 통해 의외로 많은 불자들이 있음이 확인된 것은 백번 좋은 일이지만, 이를 섣불리 세과시 세불리기 등으로 연결시키려고 몸부림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출가든 재가든 엄격한 수행, 용맹한 정진, 따스한 자비(사랑의 실천) 등 불자 본연의 모습에 충실해야 한다며 이렇게 많이 모인 것에 고무돼 자신감이 웃자라고 부질없는 욕심까지 생겨나 니 절 내 절 따지면서 경쟁하는 사찰이기주의가 발붙이게 된다면 차라리 실패보다 못한 성공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글 사진-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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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칼럼>
공한백 / 월넛크릭 노스게이트고교 9학년
다 끝낸 108배, 덜 끝낸 1080배
-산사 수련회를 다녀와서
지난달 17일(금)부터 18일(토)까지 카멜 삼보사에서 수련회가 있었다. 내가 아는 형들은 다 못간다고 했지만, 난 왠지 가고 싶었다. 삼보사를 2번 가봤는데, 별들이 참 예뻐서 또 가보고 싶었고 그리고 개인 수련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반에 걸쳐 삼보사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고 삼보사에 들어갔다. 내 절(오클랜드 보리사)에 다니시는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법당에 3배를 하러 들어가려고 하자, 어른들은 날 멈췄다. 백인 신도들이 기도를 하고 있으니 좀 있다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삼보사에 백인 신도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별들이나 볼 겸 난 산책을 하러 나갔다. 별들을 보면서 법당을 지나가는데 창문 안을 보았다. 법당 안에는 백인 신도들이 깊은 생각과 수련을 하고 있었고 그때 나는 내 자신이 비참해 보였다. 백인 신도들도 저렇게 깊은 생각 생각과 수련을 하는데, 나는 한번도 저렇게 한 적이 없었다는 거였다. 이 수련회를 통해 나도 처음으로 깊은 생각과 수련을 해야겠다고 각오를 했다.
수련회가 곧 시작될 것 같아 법당에 들어갔는데 5~9살 아이들이 맨 앞 앉아 있는 것이었다. 매주 절에서 가르치는 한글학교에 가느라고 법회에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이 법회에 참석하려고 앉아있다는 것이 나를 감동시켰고 왠지 뿌듯했다.
수련회는 매주 하는 법회처럼 진행됐고 마지막엔 108배를 부처님께 올리는 게 있었다.
설마 아이들도 108배를 하진 않겠지 생각했지만, 108배를 올리는 게 시작되자 아이들도 앞에 계신 스님들을 따라 절을 하기 시작했다. 108배를 하면서 계속 힐끔힐끔 아이들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왠지 어린 아이들에게 108배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서툴지만 정성을 다해 절을 하는 아이들을 보고 나도 정성껏 절을 올렸다. 108배가 끝나고 아이들이 녹초가 돼 있는 걸 보곤 환희 웃었다. 아이들이 굉장히 자랑스러웠다.
수련회가 끝나기 바로 전 어떤 보살님이 일어나셔서 수련회가 끝나고 1080회를 할 분들은 법당에 남으라고 하셨다. 1080배,.108배를 하고 나선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난 느꼈다. 수련회가 끝나고 난 1080배를 할지 안 할지 고민했다. 수련회에 와서 개인 수련에 딱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하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결국 수련회에 같이 온 어머니와 내기를 해서 결정을 지으려고 했고, 내기에서 져서 어머니와 함께 1080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1080배를 올리는 분들이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외롭진 않았다. 1080배는 시작됐고 난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절을 하는데 자꾸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가족이 자꾸만 생각이 났다. 매일 일 가시는 부모님들과 나를 보살펴주는 누나가 떠올랐다. 1080배를 하면서 어머니께서 어떻게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108배를 올리시는지 생각이 났다.
그뒤엔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났다. 미래에는 쓸데없는 게임과 무의미한 행동들 (그냥 멍하게 있는 것)을 줄이고 그 시간에 공부를 하면 미래에 도움이 되겠다고 깨달았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절을 하니 처음 324배는 훌쩍 지나갔다. 10분 쉬고 다시 216배를 올린 다음 쉬기로 정했다. 10분 뒤에 절을 하니 처음에는 이렇게 힘든 절을 언제 다 끝내는 것밖엔 생각이 안났다.
내몸이 원래 땀이 많이 나서, 절을 하는데 얼굴에 땀이 뚝뚝 떨어지는것을 봤고, 옷과 방석은 다 져졌었다. 미래에서 내가 뭐를 해야 되는지 생각이 났고, 꼭 할 수 있길 부처님과 내 자신에게 각오했다.
어느새 216배를 다 했다. 반만 더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삼보사로 오는 게 힘드셨는지 보살님들께서 오늘은 1080배 하는 게 무리라고 하셨다. 잠이 올까봐 난 별들이나 더 볼 겸 산책을 나갔다. 그 다음 몸이 피곤해서 잠을 잤다.
다음날 새벽에 법문을 하는데 도저히 잠이 쏟아져 방에 들어가 잤다. 비록 1080배를 못했지만 그래도 많은 깨달음을 갖고 삼보사를 떠났다. 수련회가 불교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에는 못한 1080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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