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진씨의 작품. 실버 용기에 담긴 제품만을 강조하여 라프레리의 우수성을 나타냈다.
“광고는 작품마다 크리에이터의 생각과 느낌이 스며드는 예술품”이라고 말하는 김예진씨.
그녀는 유혹한다, 여심을…
캐털로그·팸플릿·이벤트 등
눈길끄는 광고-마케팅
싱싱한 신세대 감각으로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
반짝이는 화장품 캐털로그는 언제나 여자들을 미혹한다. 고급스런 용기와 만져보고 싶은 색깔, 살짝 엿보이는 크림의 물결과 고혹적인 메이컵 색상들… 사진만 보아도 세계 최고의 피부미인이 될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만드는 화장품 캐털로그는 그 자체로 작품. 예술성과 상업성이 결합된 한 장면이 나올 때까지 그 뒤에서 일하는 아티스트들은 매시간 숨 가쁘게 돌아간다.
“화장품 광고사진 한 장 찍는데 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지 모릅니다. 사진전문가는 물론이고 완벽한 조명을 위한 라이팅 전문가들이 필요하죠. 또 용기에 쓰인 글자들이 반사되지 않고 잘 나오도록 하나하나 리터치를 해야 하고, 그렇게 촬영을 마치면 자연색에 최대한 가깝게 나오도록 인쇄하는 일이 또 무척 힘들답니다”
김예진(29)씨는 고급 화장품 회사 ‘라 프레리’(La Prairie)의 아트 디렉터다. 라 프레리의 마케팅을 위한 모든 디자인 컨셉을 잡는 사람, 쉽게 말하면 광고디자인 실장으로 매 시즌 나오는 화장품을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꼭 사고 싶게끔 보일 수 있을지, 모든 광고물과 캐털로그, 포스터, 팸플릿, PR 이벤트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고안되어 그녀의 손을 통해 완성된다.
“시슬리나 라메르, SK-II 등 최고급 화장품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다함께 국제적으로 경쟁하기 때문에 고품격 이미지를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라프레리는 무엇보다 광고사진에 모델의 얼굴이 절대 등장하지 않는 것과 모든 제품이 은색, 실버라는 사실이 유명하죠. 모델의 예쁜 얼굴보다는 화장품 제품 자체가 생명이고 주인공이라는 컨셉을 강조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니 은색의 화장품 사진 하나만으로 제품을 충분히 광고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는지 상상할 수 있겠죠?”
일상의 모든 물건을 볼 때마다 ‘디자인’을 생각한다는 김씨는 일찍이 사춘기 소녀시절부터 모험과 열정의 삶을 택했다. 틀에 박힌 그림 공부에 회의를 느낀 그녀는 서울예고 1년 재학중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메리마운트 인터내셔널 스쿨을 졸업했고, 파리의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다시 1년간 공부했으며, 97년 LA로 이주해 패사디나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에서 광고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 후 한창 불황에 감원 열풍이 불던 뉴욕으로 건너가 맨해턴의 모든 광고회사와 인터뷰를 했을 정도로 일에 대한 집념을 보인 그녀는 2001년 1월 시셰이도 화장품 회사에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로 입사해 2년반 후 시니어 디자이너가 되었으며, 2004년 12월 라프레리가 영주권 스폰서를 해주는 조건으로 아트디렉터로 스카웃됐다. 라프레리 뉴욕 본사의 50여명 직원이 모두 백인인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이자 한국인인 그녀는 빠른 일처리 솜씨와 추진력, 싱싱한 신세대 감각으로 한창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떠오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4년 카드제작과 이미지 컨설팅 전문회사 ‘졸리유’(Joliyou)를 창업한 그녀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고급 인쇄물을 만들어 부틱 스테이셔너리에 납품하는 한편 최고의 앙상블로 극찬 받고 있는 현악 오케스트라 ‘세종 솔로이스츠’의 로고와 이미지 컨설팅 작업도 맡고 있다.
“기회가 되면 한국의 화장품 회사에서도 일해 보고 싶습니다. 한국 화장품 광고를 볼 때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되거든요. 화장품 제품보다 유명 배우인 모델의 얼굴에 너무 의존해 광고를 만들기 때문이죠. 차라리 그 엄청난 모델료를 차세대 디자이너 양성에 투자하고 광고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으로 승부한다면 전망이 더 밝을 것이라 보여집니다.”
딱 한 줄의 카피라인, 단 한 컷의 이미지만으로 유명해지는 광고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지금 김예진의 꿈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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