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를 발판으로 연방 정계에 진출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는 라틴계 시장과 검사장의 불편한 라이벌 관계가 소방관 인종차별 소송을 계기로 악화되면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53)는 이스트LA컬리지를 거쳐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 편입했고 변호사 시험에 4차례나 도전했으나 탈락하자 LA교사노조 실무를 맡은 것을 계기로 폭넓은 노조 활동을 펼친 경험을 무기로 2005년 LA시장 선거에 도전, 현직인 제임스 한을 물리치고 라틴계로는 처음으로 시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반면 로키 델가디요(46) 검사장은 하버드대 재학시절 풋볼 선수로 활약한뒤 콜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대형 로펌에서 일하다 리처드 리오단 LA 시장 밑에서 경제개발 담당 부시장으로 활약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고 2001년 처음 공직에 도전, 당당히 시 검사장이 됐다.
이들은 한번도 같은 자리를 놓고 격돌하지 않았으나 미국 정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라틴계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 암중모색해왔고 처음에는 델가디요가 순풍에 돛을 단듯 앞서나갔지만 이제는 비야라이고사가 뉴스위크의 표지에 등장하는 등 시장의 지명도에 비할 정도가 되지 못하는 형편이 됐다.
더구나 리오단 시장과 매직 존슨 등의 지원속에 검사장으로 당선된 델가디요는 비야라이고사가 2년후인 2003년 시의원 선거에 도전할때 현직인 닉 파체코 의원을 밀어줬지만 비야라이고사가 승리하고 곧바로 검사장을 공격하면서 이들은 회복하기 힘든 라이벌이 됐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비야라이고사측 선거캠페인 관계자에 따르면 다시 2년후인 2005년 비야라이고사가 시장 선거에 나서자 델가이요는 비야라이고사를 지지하는 발언을 삼갔을 뿐 아니라 다른 유력한 라틴계 지도층에 대해 가까이 하지말라고 했으나 비야라이고사는 이를 비웃듯 시장에 당선됐다.
델가디요는 2005년 4년 임기의 검사장직에 재선된뒤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뽑는 주 법무장관 도전을 위한 민주당 후보 선거에서 전 주지사이자 오클랜드시장인 제리 브라운과 맞붙는 무리수를 뒀는데, 비야라이고사 역시 누굴 선호하는지 밝힐 것을 거부했고 브라운의 선거 캠프에 비야라이고사의 컨설턴트인 에이스 스미스가 가세했으며 델가디요는 결국 26%포인트차로 참패하고 말았다.
이들은 대외적으로는 서로 친구이자 동료라고 밝히고 있지만 10월까지 사적인 자리를 한번도 마련하지 못하다가 테니 피어스 소방관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난달 12일 처음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피어스 사건은 2년전 개밥이 섞인 저녁을 동료들로부터 건네받아 먹었다가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제기한 소송으로, 델가디요는 소송 전에 합의하는게 좋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시의회가 270만 달러를 지급하자고 결의했으나 비야라이고사 시장은 소방서 안에서 늘 일어나는 골탕먹이기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시의회는 이 사안을 재심의한 끝에 시장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고 결국 검사장의 의견은 묵살된채 본격적인 소송이 진행되게 됨으로써 시장과 검사장의 불편한 관계는 본격적으로 수면위에 떠오른 셈이 됐다는 지적이다.
과거 리오단 시장은 1993년 당선됐을때 당시 제임스 칸 검사장을 거의 경멸하듯이 봤다는 평가가 있는 등 시장과 검사장의 일부 긴장 상황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미국내에서 갈수록 세력을 확장하는 라틴계의 지지를 업고 차세대 지도자로 날개짓할 날을 꿈꾸는 두 `잠룡’인 비야라이고사와 델가디요의 긴장 상황은 앞으로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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