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인의 제일 화두는 단연 ‘부동산’, 그중에서도 ‘아파트’다. ‘북핵’과 ‘6자 회담‘에 관심을 보이는 한국인은 원래 드물었지만 예년 같으면 계절로 봐 최대 화제였을 대입 준비도 이번에는 완전히 부동산 광풍에 밀렸다.
며칠 전 경남 마산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빙점에 가까운 싸늘한 밤공기를 아랑곳 하지 않고 시민 수천명이 텐트와 이불을 둘러 업고 길거리에 주저 앉은 것이다. 밤을 새고 기다려서 다라도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받기 위한 줄서기 행렬이었다.
난데 없는 집단 노숙으로 극심한 교통 체증이 벌어졌고 아파트 건축 업자 쪽에서는 확성기를 들고 다니며 “번호표를 나눠줄테니 제발 집으로 돌아가라”는 호소를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분양권만 딴다면 노숙이 무슨 대수겠느냐”는 것이 어느 주부의 고백이다. 아예 부부가 함께 나와 “두 채 분양권을 얻게 되면 하나는 우리가 살고 하나는 전매해 큰 이익을 남기게 될 것”이라며 희망에 부푼 사람도 있었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이런 아파트를 향한 ‘일편단심’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오히려 전체가 투기 지역으로 지정돼 규제가 심한 서울보다 지방이 더한 형편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80%가 아파트 값 폭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이 없는사람은 ‘살아 생전에 내 집 마련하기는 틀렸다’는 절망감에, 있는 사람은 ‘좀 더 좋은 동네나 큰 곳으로 옮기기는 불가능하게 됐다’는 생각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후 최우선 순위로 둔 정책의 하나가 부동산 값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더 올렸고 건축 및 재개발에 관한 규제는 어느 때보다 엄격해졌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편 지 3년 반이 지난 지금 부동산 값은 어느 정권 때보다 많이 올랐다. 온갖 규제로 신축 주택 물량은 달리는 데다 행정 도시니 뭐니 해서 지방 땅값이 오르는 바람에 여기서 생긴 여유 자금이 아파트로 몰려들고 있다. 거기다 아파트 소유자들은 팔고 나면 맞을 ‘세금 폭탄’이 무서워 아예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아파트 광풍’만큼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극명히 보여준 사례는 없다. 지금 수많은 무주택 서민들은 절망에 떨고 있고 강남의 부자들은 때아닌 돈벼락에 배를 두드리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또 다시 백해무익함이 입증된 ‘규제 강화’와 ‘중과세’만을 공염불처럼 되뇌이고 있다.
아파트 대란을 푸는 올바른 길은 온갖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고 세금을 낮춰 활발히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숨을 쉬고 있는 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무하다. 한국의 아파트 광풍은 무능한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을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지 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오래 동안 연구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