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인타운에서 80마일 떨어진 페리스(Perris)라는 작은 도시에 다녀왔다. 3살 된 아들녀석이 학교 친구들보다 더 친근하게 느끼는 ‘토마스 기차’를 직접 타보고자 시도된 나들이였다.
‘토마스 기차 시승식’(Day out with Thomas)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인 토마스 기차를 실제 기차 크기로 만든 것으로, 시즌별로 미국 전역을 돌면서 아이들을 만난다. 전날 온라인으로 기차표를 예약하니 늦은 오후에나 출발하는 승차권만 남아있을 정도로 인기였다.
올해가 토마스 기차를 만든 지 60주년이 되었다니 미국 아이들은 부모 세대가 어린 시절 갖고 놀던 토마스 기차를 그대로 물려받아 가지고 노는 셈이다.
이날 토마스 기차 시승식이 열린 곳은 2시간 가까이 달려간 노고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레일로드 뮤지엄’에 마련된 주차장은 아직 콘크리트조차 깔리지 않은 흙먼지가 날리는 바닥이었고 그럴듯하게 차려놓은 건물대신 임시로 만든 천막에 앉을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았다. 게다가 토마스 기차 내부 역시 박물관에나 있을법한 낡아빠진 구닥다리였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이곳을 찾은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은 실제 크기의 토마스 기차를 타면서 모두 얼굴엔 터질 듯한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떤 엄마와 아들은 토마스 기차를 타고나면 기념으로 수여(?)하는 기념 증명서를 받고 하이-파이브까지 해가며 흥분하고, 어떤 젊은 아빠와 아들은 토마스 기차에 대한 추억을 나누느라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반세기가 넘게 이어진 인기 장난감이니 나눌 얘기도 그만큼 많으리라!
뿐만 아니다. 토마스 기차의 오랜 역사가 증명하듯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하나로 준비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토마스 기차가 기차역에 정차해 있는 동안은 그 앞에서 자유로이 사진도 찍고, 토마스 기차 문양을 얼굴에 문신처럼 새겨주기도 하며, 다양한 토마스 기차 캐릭터가 그려진 다양한 상품들은 물론 토마스 기차의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담긴 동화책, 비디오 DVD까지…. ‘토마스 기차’가 부모부터 자식세대를 아우르는 인기 캐릭터로 꾸준히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던 역량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문득 우리에게는 ‘토마스 기차’에 필적할 만한, 부모와 자녀 세대를 아우르는 장난감이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해보니 선뜻 떠오르질 않는다. 인기를 얻으면 너도나도 다 가져야 하지만 금세 싫증내고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한인 특유의 냄비 근성 때문으로 여긴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아들 녀석이 부모가 되었을 때쯤이면 그들 세대를 아우르며 추억을 나눌 ‘메이드인 코리아 장난감’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성민정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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