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상당한 부자인 K는 투자 목적으로 4년전 베벌리힐스에 150만달러짜리 집을 한 채 샀다. 적당한 경로를 통해 이 집을 전액 현금 구입했던 그는 올초 이를 200만달러에 다시 팔았다. 그렇다면 K씨가 이 투자를 통해 얼마나 이익을 봤을까.
따져보면 이익은커녕 오히려 손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매매차익이 50만달러인데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K씨가 이 투자를 위해 들인 돈을 따져보면 계산이 분명해진다. 4년전 미국에 150만달러짜리 집을 사려면 한국돈으로 19억5,000만원이 필요했다. (당시 환율이 1,300원대였으니까.) 그런데 집을 팔 당시 환율이 1,000원대로 내려가는 바람에 200만달러에 팔았어도 매매가는 20억원 정도로 초기 투자액과 별반 차이가 없더라는 것이다. 여기에 중개료 떼고 세금 내면 결국 초기 투자금도 못 건졌다는 것이다.
최근 환율 흐름과 한국에서의 자금 유입에 관해 한인 금융 관계자와 나눈 이야기의 일부다. 원화 가치가 계속 올라가면서 한국의 여유 자금 보유자들에게 미국으로의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떨어지는 환율 때문에 손해를 보는 형편이니 현명한 투자가라면 지금 미국의 부동산에 자산을 묶어둘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흐름이 한인 은행들에게는 그리 좋지 않은 뉴스라고 걱정을 했다.
최근 기사에서 한인 은행권 전체의 예금과 대출이 10~15년전에 비해 얼마나 늘었나를 비교한 적이 있다. 한인 은행 전체의 예금고는 10년전인 96년 15억달러 정도에서 현재는 100억달러를 넘어서 약 7배의 성장을 했다. 자산 규모로 볼 때 한인 은행들은 특히 2000년대 들어 급성장 가도를 달렸다. 이같은 성장 배경에는 크게 3가지 요인이 작용했다는데 대다수의 금융 관계자들이 의견을 같이한다. 즉, 유례없는 초저금리와 이에 따른 부동산 붐, 그리고 한국에서 대거 들어온 자금이 한인 경제의 성장세와 맞아떨어지면서 한인 은행들이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초저금리시대는 벌써 옛말이 됐고 부동산 붐은 이미 정점을 지난 게 확실해졌다. 여기에 환율까지 930~940원대로 곤두박질쳐서 한국으로부터 유입되는 투자 자금도 이전 같지 않게 됐으니 한인 은행들로서는 그동안 누려왔던 3가지 이점을 모두 잃어버린 셈이 됐다. 예금고 100억의 상징적 이정표를 돌파했지만, 한인 은행들의 경영 환경은 오히려 상당히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한인 금융가에서는 지난 몇 년간은 누가 행장을 해도 그만큼은 했을 거라는 말이 있다. 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호황 속에 은행간 경영진의 경영 능력 차이가 별반 드러나지 않는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영진의 실력이 은행의 생존 자체를 좌우할지도 모를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다. 요즘 한인 은행 행장들이 잠을 설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종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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