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뺑소니 차량에 의한 한인 사망·사고가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새벽길이나 밤길에 일을 당해 사고를 낸 가해자는 물론이고 목격자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낯선 미국 땅에서 힘들게 살다 객사(?)한 피해자들과 유족에 진심으로 조의를 표하면서 사람을 치고도 줄행랑을 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강심장일까 자못 궁금하다. 한 사람의 소중한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뺑소니 운전자들이 이 미국 땅에서 발 뻗고 편히 잘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뺑소니 운전자들은 과속 운전이나 음주운전, 불법 체류 상태에서의 무면허 운전 등의 과실을 저지른 후 가중처벌이나 추방이 두려워 도주했을 가능성이 짐작되는데 확실한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은 이상 뺑소니 운전자를 잡기가 어렵다고 하니 참으로 걱정이다.
지난 연말 뉴욕에서 작업하던 한 한인 화가는 음주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서른 37세란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고 가해자는 사고 직후 도주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2001년 뉴욕으로 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회화작업에 전념했던 이 화가는 개인전을 바로 눈앞에 둔 상황에서 사고를 당해 결국 그의 개인전은 유작전이 되고 말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1여년이란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그의 파일을 들춰보다 3년 전에 그가 보낸 개인전 초대 엽서를 발견, 마음이 아팠다.
뺑소니 운전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한다 해도 체포가 어려우면 ‘일단 사람을 치면 도망 가보자는 식’의 나쁜 심리가 만연해 질 수 있기에 뺑소니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됐으면 한다.
또 건널목을 지날 때 사방을 둘러보고 주위를 살피고 노인들은 특히 어두울 때는 가급적 길을 나서지 않는 등 스스로 안전을 지키는 것이 뺑소니 사고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최상의 방법인 것 같다.
주차된 남의 차를 들이 받은 후 차 앞 유리에 미안하다는 사과의 글과 함께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 놓는 매너가 이곳 미국사회에도 언제부턴가 사라진 것 같다. 접촉사고를 내고도 무조건 상대방 과실임을 주장하고 길가에 세워진 남의 차를 파손시킨 후 줄행랑치는 비양심적인 운전자들을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진혜 뉴욕지사 취재2부 문화,경제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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