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보다.
7일 실시된 중간선거 결과 미 전역에서 17명의 한인후보가 출마해 무려 14명이나 당선됐다. 더욱이 이중 8명이 여성이다. 한인 여성들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한인 당선자들의 직위와 면면을 보면 더욱 알차다.
메리 정 하야시는 미주 한인이민사 최초의 미 본토 여성 주하원의원, 미셸 박 스틸은 캘리포니아주에 공급되는 돈줄의 원천을 손에 쥔 조세형평국 3지구 위원에 당선됐다.
또 임용근 오리건주 하원의원은 이번 선거까지 합해 상하의원 5선이란 진기록을 냈고, 제인 김 샌프란시스코 교육위원 당선자는 재수 끝에 목표를 성취했다. 또 강석희 어바인 시의원 당선자는 년전 보궐선거 당선자란 딱지를 보기 좋게 떼어버리고 시장직은 물론 그 이상의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미국지도를 펼쳐 놓고 이들이 당선된 지역을 살펴보면 더욱 가슴이 벅차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인 정치지망생들의 출마지역은 LA를 중심으로한 남가주 주무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곳곳’이란 말이 딱이다. 여기에 이미 선출직 공직자에 뽑혀 활동하고 있는 수까지 합하면 그래도 제법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을 곳이 많아졌다.
한인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 여느 때와는 크게 달랐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록 정확한 한인들의 투표율은 한참 뒤에나 나오겠지만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보면 전에 비해 훨씬 많은 한인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한 것이 틀림없다.
우스개 소리지만 하와이에 사는 한 노인이 라디오 방송을 듣고 “강석희 후보를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문의전화까지 왔다고 한다. 또 적지 않은 남가주 한인노인들은 투표지에서 미셸 박 스틸 후보에게 한표를 주기 위해 ‘박’(Park)씨(투표지에는 미셸 스틸로만 돼 있음)만을 찾다 지쳐 결국 다른 사람을 찍었다는 얘기도 들여왔다.
비록 해프닝이었지만 그만큼 한인 유권자들의 관심이 남달랐음을 반증하는 것이고, 결국 이번 결과는 후보 개개인의 노력과 한인들이 만들어 낸 합작품인 셈이다.
아태법률센터가 한인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한인들은 다른 아시안 유권자들이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지지했던 것과 달리 필 앤젤리디스 후보를 더 선호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이중언어 구사 자원봉사자 부족 등 현재 투표시스템에 불편을 느끼는 한인유권자가 66%나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한인 유권자들의 표심이 민주든, 공화든 무슨 상관인가. 불만도 더욱 많아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한인사회의 정치력이 차근차근 쌓아지고 있다. 100년전 한국인 이 땅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뿌린 씨들이 마침내 여기저기서 싹을 피우는 모습이다.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지도를 보면 아직도 빈 공간이 많다. 특히 미주한인사회 최대 지역인 ‘천사의 땅’ LA에는 변변한 시의원조차 없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올림픽가 도로변의 상점들 간판이 대부분 한글이다. 윌셔가를 가득 메운 고층건물들도 역시 주인이 한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이 땅에 뿌린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이고, 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LA시의회’ 진출이란 열매를 이제 거둘 때가 됐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얻은 탄력을 다음 과제에 연결시켜야 한다.
<황성락> 사회부 부장대우 직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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