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실시된 2006 중간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12년 만에 연방상하원 장악에 성공, 이민사회가 이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승리를 이민자의 승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민법개혁에 대한 기대를 높인 ‘2006 중간선거’를 한인권익신장단체들의 분석을 통해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 뉴욕뉴저지한인유권자센터 김동찬 사무총장
▲민주당의 승리가 미국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12년은 민주당 우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극보수가 설치는 바람에 전통적인 공화당 보수까지 코너에 몰리게 됐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지도부는 2008년 행정부까지 장악 할 것으로 보여 대대적인 정책 수정이 예상된다. 외교, 안보 분야는 초당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국내 정책, 이민개혁안, 조세, 사회복지안, 의료, 그리고 낙태나 동성연애, 환경 등에서는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한인사회의 대응방향은
소수계들과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인가 아니면 우리만의 전략을 갖고 한인밀집지역의 연방급 거물 정치인들과 별도의 보호장치를 만들어 가야 하는가 등 신중한 판단을 할 때다. 한인커뮤니티는 여러모로 동양의 유태인이다. 모국이 분쟁지역이라는 것도 유사하다. 유태인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과 현실 상황에 맞도록 능력 있는 지도력을 갖추어서 정말로 안정되고 안전하게 미국에서 생존해 내고 있다. 이들을 모델로 앞으로 십 여년동안 우리 한인 커뮤니티만의 정치적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급한 것은 2008년 대선에 우리만의 독특한 전략으로 참여해야 한다.
▲소수민족 연대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같은 아시안이라도 한인들의 생활문화나 정서가 여타의 아시안 이민자와 비교해 매우 독특하다. 이 같은 차이는 흑인그룹과 남미계도 마찬가지다. 같은 소수계라도 함께 엉켜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정교하고도 지적수준이 높은 한인사회의 정치적 지도력이 시급하게 요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 9월 플러싱 제 22지역 뉴욕주하원의원 민주당 예비선거전에서 이 같은 사실을 경험했다. 분열된 중국커뮤니티가 한인커뮤니티를 상대로 무섭게 결집되는 것을 목도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남미계에 대항하는 흑인계가 또 그렇다. 정치적 단결과 결집이 없는 연대는 일방적 짝사랑 꼴이 되기 쉽다.
▲한인사회와 한인정치력 신장 단체들이 나아갈 방향
한인사회는 오랫동안 정치력신장을 위해 유권자등록과 투표 참여 운동을 해 왔다. 이제는 작더라도 구체적인 성과를 갖고 한인들에게 ‘정치력 결집과 정치력 신장’을 호소하고 함께가야 한다. 이것이 이 일에 앞장선 사람들의 제일 중요한 과제이고 임무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는 정치력신장 단체들이 한인들에게 구체적인 정치력 신장의 예를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명분만으로 참여를 호소해 왔다.
다인종 사회에서 우리는 소수계중 소수이다. 물론 큰 틀에선 이민자로, 소수인종으로 함께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치력신장 운동이 그러한 큰 방향에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앞서 밝힌데로 소수계들이 밀집한 대도시에서는 소수계 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선적으로 한인들만의 결집된 기본적인 정치력을 확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한인밀집지역의 연방급의원 2-3명은 항상 한인 커뮤니티를 주목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청년학교 문유성 사무국장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원인은
이민 문제가 미국 정치의 주요 이슈 중 하나지만, 이번 선거를 판가름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아니었다. 선거직후 뉴욕타임스가 미 동부지역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각종 정책 사안의 중요성 인식도 조사가 이를 증명한다. 이라크 전쟁은 민주당 유권자의 70% 공화당 유권자의 67%가, 테러리즘은 민주당 유권자의 70% 공화당 유권자의 80%, 경제는 민주당 유권자의 84% 공화당 유권자의 81%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불법 이민 문제는 민주당 유권자의 53% 공화당 유권자의 67%가 중요하게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의 선거 승리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 테러, 경제 정책 및 공화당 의원들의 부정부패 등에 대한 심판이지, 이민 정책의
실패에 대한 평가는 아니었다.
▲민주당의 승리로 이민정책의 변화가 기대되는 데
그간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의 정책에 문제의식을 느껴오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고무되어 향후 미국정치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민자 커뮤니티는 꺼져가던 이민 개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희망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입니다. 왜냐하면 민주당의 선거 승리는 하나의 필요조건일 뿐이지 올바른 정책이 입안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민 정책과 관련 결국 법제화 됐거나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다. 서류미비자의 운전면허 취득을 전면 금지한 ■ 리얼 아이디 액트, 국경에 700마일의 장벽을 설치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 국경수비강화법안 그리고 이민자를 범죄화 하는 사상 최악의 반이민 법안인 ■ 센센브레너-킹 법안이다. 그런데 이 법과 법안들은 합리적인 토론 과정이 많이 생략된 가운데 큰 표차이로 의회를 통과했다. 다시 말해 상당수의 민주당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전부 반 이민 그룹이고 민주당은 든든한 이민자편이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력 신장을 위한 한인사회의 과제
선거가 끝난 지금 이민자 커뮤니티에게 요구되는 것은 냉정과 열정이다. 선거 결과를 잘 분석하고 다시금 힘을 모아 종합적인 정치력신장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새롭게 재편된 의회동향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대중 캠페인과 로비활동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민자 커뮤니티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미국사회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주요이슈에 대한 우리의 정치적 입장을 교육하고 홍보해야 한다.
진정한 정치력 신장은 유권자만 참여하는 한 번의 투표로 모든 문제를 이룰 수 없다. 물론 선거참여는 필요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긴 호흡을 바탕으로, 많은 커뮤니티 성원들의 정치적 입장을 모으고 여러 타민족들과 힘을 모아 꾸준한 풀뿌리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워싱턴 D.C를 중심으로한 정치인(한인 정치인 포함)들에게 일방적으로 기대는 방식을 지양하고, 우리 커뮤니티의 주체적인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한인커뮤니티의 정치력 신장은 이슈와 정책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리 이진수 기자> 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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