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C 데이비스 면역학 석사과정 졸업
자신있게 내가 불자라고 말하지 못하는 까닭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성철 큰스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 말을 처음 접한 이후부터 불교에 조금씩 몸과 마음을 적셔 들어가기 시작한 요즘에 이르기까지 이 단순하게 보이는 문장 하나가 나에게는 조금씩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해석될 때마다 나는 내가 불교의 본질에 아주 미약하나마 시나브로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되어 기쁨을 느낀다. 물론 이 글을 통해 큰스님께서 하신 말씀에 감히 주석을 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 뜻을 알기도 어렵거니와 무슨 의미이든 글로써 표현되는 순간 이미 큰스님이 원래 표현하려던 뜻과는 멀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종교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나가게 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로부터 9년간 매주 일요일은 교회에 나가면서 나는 어디에 가서든지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데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성경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독교인이라는 확신에는 의심이 생길 수 없었다. 하지만 불교를 접하게 된지 어언 10년(절에 나간 횟수는 교회에 나간 횟수와 비교가 불가능하게 적다)이 되어가는 요즘도 나는 불자다라고 남들에게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다. 불교, 더 나아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일까? 아마 내가 생각하는 불교는 여타 어느 사상이나 학문보다 심오하다고 믿기 때문일 것 같다. 그래서 꾸준히 공부하고 수행해야 비로소 불자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조금씩 배워나가면서 나는 불교가 정말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심오한 학문이자 철학이자 종교라고 느끼게 된다. 나는 현재 미시적인 세계를 공부하는 생명과학(면역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한편으로 거시적인 세계인 천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별들이 처음 생성될 때 수소와 헬륨과 같은 가벼운 원자들이 모여서, 즉 가스가 모여서 그 큰 별이 되고 무거운 질량을 갖게 되는데, 그 무거운 질량으로부터 중력이 생기고 또 내부의 고온 고압의 환경하에서 수소,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인 탄소, 산소 등의 원소들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100여 개의 원소들이 생겨나서 우주를 구성하는 다양한 별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다양한 원소들이 셀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를 구성하고 그러한 생명체가 죽어서 그 생명체의 구성 원소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 우주 어디에선가는 다시 그 원소들이 다른 원소들과 만나서 다른 생명체나 별 등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그리고 연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과거 언젠가 별이었을 수도 있고 구름이었을 수도 있고 새였을 수도 있다. 또한, 지금 현재 태양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있어 태양이 있고 나무가 존재할 수 있고 구름이 존재할 수 있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이니 지금의 자연과학은 부처님의 사상을 하나씩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부처님의 가르침에 접근해가는 방식이 과학을 공부하는 지금의 나에게는 최선의 방법이나 한편으론 더욱더 공부해서 다양한 방향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불교를 접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이전까지는 줄곧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내 뒤에 방패막이가 되어 줄 든든한 구원군이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절대자’가 사라짐으로써 세상에 홀로 발가벗겨진 느낌이라는 것이다. 과거엔 잘못을 뉘우치면 용서를 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지만 지금은 잘못을 하면 인과응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하는 행동이나 생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전보다는 다른 차원의 눈을 가지게 된 것이고, 결국 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라보고 바람직하게 이끌 수 있게 되었으니 내 뒤에 있어야 할 구원군은 필요 없게 되었다. 내 자신이 곧 가장 든든한 방패막이이고 구원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불교의 가르침에 나만의 방식으로 접근해 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불자다라고 떳떳하게 말하게 될 날이 빠르게 다가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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