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시민권 신청 비용이 오른다고 한다. 이참에 시민권 신청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시민권 신청 때마다 주변에서 들리는 말이 있다. 이름을 바꿀까, 말까 ..하는 것이다. 미국이름으로 바꾸는 게 편할 것 같긴 한데 오랫동안 써온 한국이름을 버리자니 아쉽고..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지만, 이것은 바로 이름 안에 알게 모르게 자신의 이미지가 쌓여온 것을 말해준다. 우리가 이름과 사람을 연결했을 때 잘 어울린다, 아니다 하는 생각을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름이 갖는 이미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이름, 곧 브랜드네임이다.
10여년 전에 하이트 맥주를 런칭할 때 일이다. 그 당시 하이트는 조선맥주라는 회사의
신생브랜드였다. 이미 OB맥주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연구 끝에 개발한 지하 150미터의 깨끗한 물을 사용해서 만든 하이트맥주를 런칭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그 맥주를 만드는 회사이름 조선맥주를 들었을 때 과연 야심 차게 내놓는 하이트맥주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결론은 회사이름을 알리지 말자로 났다. 낡고 구식의 이미지가 강한 회사 이름이 백지상태의 소비자 마음에 새로운 브랜드가 각인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하이트 맥주는 하이트로 그냥 런칭되었고 시장은 폭발적으로 놀랍게 반응했다. 98년, 결국 조선맥주는 회사명까지 하이트맥주로 바꾸었다. 잘 만든 이름 하나가 회사를 살리고 회사 이름까지 바꾸게 했다. 회사의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젊고 활기찬 이미지로 탈바꿈하는데 일등 공신이 된 것이다.
거꾸로 이름 덕을 너무 보는 것을 우려한 예가 있다. 쇼생크 탈출의 저자인 소설가 스티븐 킹은 쓰는 책마다 히트를 기록하는 유명한 작가다. 그는 그의 이름 때문에 책 내용과 상관없이 책이 팔리는게 아닐지, 너무 많이 책을 내는 것이 사람들에게 안 좋게 보일지 우려하여 다른 이름으로 책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낸 책도 성공을 거두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름이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 이름의 명성과 이미지를 지켜주는 알맹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이다.
우리는 돈을 내고 이름을 산다. 그 이름속에 담긴 이미지를 산다. 화장품, 보석, 명품 백, 심지어 자동차, 전자제품.어느 것 하나도 이름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지갑을 열때 우리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조금 비싼 물건을 산 후에도 OOO니까라는 이유를 댄 적이 누구나 있지 않은가?
이름이 오래도록 소비자의 마음을 붙드는 것은 그러나 공짜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하이트 맥주도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뛰어난 맛이 있었고, 스티븐 킹은 잘 쓴 글이 있었다. 몇 십년을 이어가는 장수 브랜드들은 그들만의 제품력이 있다.
가장 좋은 제품이 가장 좋은 광고다 라는 말처럼, 이름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이름을 받쳐주는 알맹이를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이미지는 그 이름과 알맹이가 합쳐진 종합체이기 때문이다.
<유정민> 텐 커뮤니케이션스 근무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