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 내 학원 차량들 상당수가 제대로 된 보험을 갖추지 않고 있다. 본보 조사에 따르면 타운의 학원들 중 적어도 절반은 상업용 보험 없이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한인사회에서 학원의 역할은 특수하다. 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것은 공부도 공부이지만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자녀를 안전하게 돌봐줄 보호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학원들이 상업용 보험도 없는 차량으로 아이들을 픽업해 다닌다면 부모로서는 여간 불안한 일이 아니다. 만에 하나 큰 사고라도 나서 아이가 다치면 치료받을 길이 막막할 수가 있다. 한인사회의 고질적 문제점인 안전불감증의 일례이다.
이민사회에서 ‘안전’은 종종 뒷전으로 밀려진다. 당장 먹고 살 일이 급급한 데 안전 따지고 원칙 따지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학원들이 상업용 보험 없이 차량을 운행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영세성 때문이다. 매달 인건비, 렌트비, 프로그램 운영비 등을 충당하기도 빠듯한 데 연간 수천 달러 더 드는 상업용 보험에 가입하자니 재정적 부담이 큰 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인사회에 만연한 탈법·편법 관행이다. 보험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은 학원 차량만이 아니다. 노인 아파트를 돌며 노인들을 픽업하는 개인병원 차량, 노인 데이케어 센터 차량, 빙고 게임장이나 카지노 등 오락시설 관광 차량, 관광사의 공항 픽업 차량 등도 상업용 보험을 갖추고 운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 탑승자의 안전에 눈감는 행위인데 문제는 그런 편법이 너무 당연시되고 있는 풍조이다.
우선 시정되어야 할 것은 개인 운전자 계약 관행이다. 병원이나 학원 등은 소속 차량을 두고 자격 있는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개인 운전자에게 픽업 서비스를 대행하게 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사고가 날 경우 책임은 운전자에게 돌아가고 학원·병원 등은 책임을 안지는 구조이다. 큰 사고가 나면 개인 보험으로는 커버가 안되니 탑승자들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아울러 운전자 보험으로 보상을 얻어내려면 보험회사 측에 운전자와의 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원칙을 무시한 대가는 언젠가는 치르게 되어 있다. 재정적 부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에 대한 대비이다. 10년, 20년 사고 한번 안 났어도 우리가 계속 보험을 드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한인사회가 이제는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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