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가 ‘무더기 이동’ 악순환
한 부서 몽땅 옮겨 가기도
승진·보수체계 무너져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은행가에서 의리나 애사심 등은 옛날 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최근 은행간 인력 빼가기 경쟁과 잦은 직원 이동을 놓고 한 은행 고위 간부가 하는 자조섞인 한탄이다. 한인 은행권에서 무차별적인 인력 빼내오기와 이에 편승한 무더기 직원이동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얼마전까지 한솥밥 먹으며 일을 한 간부급 직원들이 은행간 지나친 인력 스카웃 관행 때문에 서로 감정이 상하고 등을 돌리게 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대형은행 다운타운지점의 경우 소속 대출 담당 부장과 론 오피서 등 대출부서 인력 3명이 한꺼번에 최근 신설된 인근의 타은행 지점으로 옮겨가버려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점의 경우 직원을 빼간 신설 지점의 지점장이 전에 함께 일하던 부하 직원이어서 배신감이 더 컸다는 후문이다. 또 한 신생은행의 국제부장이 또 다른 신생은행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최근 사표를 제출했는데 이 은행 국제부의 경우 부장이 직원 한 명만 두고 마케팅 등 모든 업무를 전담하던 상황이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인 은행권 급팽창에 따른 고질적인 인력 부족 현상이 가져온 이같은 부작용은 워낙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하고 자격을 갖춘 사람은 부족하다보니 은행원들이 이에 편승, 조그만 이득에도 철새처럼 자리를 옮기는 분위기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몸값 상승의 부작용도 크다. 은행 경력이 불과 몇 년도 안 되는 젊은 직원들이 이직 제의에 연봉 1만여달러 인상과 직급 승진은 기본이고 스톡옵션, 차량비까지 아예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다. 몇 달 전 한 대형은행으로 옮긴 부행장급 간부는 기본 급여만 18만달러에 현금 보너스와 스탁옵션 등 웬만한 은행 행장급에 맞먹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었다.
또 텔러 등 일반 직원들까지도 타은행 직원 뽑아오기의 대상이 대기 일쑤여서 은행들마다 직원 교체율이 연간 30~40%에 달한다. 당연히 은행마다 인력 충원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한 지점장은 “새로 텔러를 뽑아 몇 개월 훈련 기간을 거친 뒤 일을 할 만하면 다른 은행에서 접근해 몇 백달러 높은 급여를 제시하며 데려가 버리니 정말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한 은행의 경영 간부는 “전에는 부장(VP) 직급에 오르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이 걸렸는데 요즘은 일을 조금만 잘 한다 하면 빠르게는 3년이면 가능한 실정”이라며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 등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타은행에서 무조건 직급과 보수를 올려주며 스카웃의 손길을 뻗치니 어쩔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관계자는 “워낙 사람이 없다 보니 전에 문제가 있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은행을 떠난 인력들까지도 다시 찾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이 무슨 인력 재활용장도 아닌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원들의 자질이 떨어지고 서비스가 후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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