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니 로저스의 왼손 바닥에 누런 이물질이 묻어있다.
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돌연 ‘수퍼맨’이 된 케니 로저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그의 ‘더러운 손’이 화제다.
22일 월드시리즈 2차전. 1회초에 중계방송사인 폭스(FOX)사의 카메라가 잡은 타이거스의 선발투수 로저스의 왼손 바닥에는 분명히 누런색 이물질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게 갑자기 ‘마구’를 던지는 비결일까.
그렇다면 손을 씻게 만든 뒤에도 왜 아무도 못 쳤을까.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몰래 이물질을 사용한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송진, 바셀린 등의 주가는 게이롤드 페리 등 명예의 전당 회원들이 잔뜩 올려놨고, 잡히지 않도록 유니폼 한 곳에 비누를 바르고 나온 뒤 땀이 나면 쓴다는 ‘전설’도 있다.
로저스는 이날 8이닝 동안 주자를 5명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그 중 2루까지 간 주자는 단 1명. 그러면서 포스트시즌 무실점 행진을 23이닝으로 늘렸다. 이는 1905년 뉴욕 자이언츠의 크리스티 매티슨(27이닝)과 루 버뎃(24이닝·1957년 밀워키 브레이브스)에 이어 제리 로이스(1981년)과 함께 공동 3위에 해당되는 위업이다. 따라서 로저스는 이번 시리즈가 6차전까지 갈 경우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로저스의 그 전 플레이오프 성적은 디비전 시리즈에서 무승1패에 방어율 7.04,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무승2패에 방어율 7.59였다. 월드시리즈 방어율은 22.50.
의심을 받을 만 한데 만약 로저스의 손에 묻었던 것이 송진이었다면 그건 명백한 불법 행위로 퇴장 당해야 마땅하다. 10경기 출장정지 처벌을 내릴 수도 있는 죄다.
그런데 그 더러운 손은 1회를 끝으로 갑자기 깨끗해졌고 물어보는 사람들마다 다른 소리를 하고 있어 더 수상하다.
타이거스의 짐 릴랜드 감독에 따르면 카디널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이 “우리 타자들이 공이 이상하게 움직인다”며 일찌감치 주심에 불평, 로저스가 손을 씻고 나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라루사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 ‘사건’을 오히려 파묻으려고 애를 쓴다. 릴랜드와 절친한 친구 관계여서 그렇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모두들 완전히 눈을 감아준 것은 아니었다. 알폰소 마케스 주심은 걸어나가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로저스를 붙잡고 뭐라고 주의를 줬다. 이때 릴랜드 감독도 나와 둘이서 주고받는 말을 들었다.
심판 수퍼바이저 스티브 팔럴모는 이에 대해 “로저스의 몸을 수색해달라는 카디널스의 요청이 없었던 가운데 마케스 주심이 나서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로저스에 손을 씻고 나올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로저스는 그 후 “깨끗한 손”으로도 잘 던졌다. 하지만 투수가 공을 던지는 손에 뭐가 묻었는지 몰랐다는 말은 아무도 안 믿는다.
로저스는 이에 대해 “나는 천재가 아니다. 손에 뭐가 묻은 줄 알고 난 뒤에는 닦았다. 운동하다보면 손이 더러워지기 마련 아닌가”라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동료들은 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 타이거스 클로저 터드 존스는 “초컬릿 케이크가 묻은 것 같다”고 둘러댔고 앤디 밴 슬라익 코치는 “카라멜을 너무 많이 먹는 친구가 날씨가 춥다보니 히터에 너무 가까이 앉아 그리 됐다. 왼손잡이라 캔디도 왼손으로 먹는다”고 했다.
로저스는 “공을 직접 닦다보니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변명했다.
여하튼 앞뒤가 안 맞는 소리들만 한다. 팔럴모 심판 수퍼바이저와 릴랜드 타이거스 감독에 따르면 로저스의 손을 씻게 만든 것은 주심이었다. 하지만 로저스는 이 설명조차 부인했다. 자신에게 손을 씻으라고 말한 사람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여하튼 공에 이물질을 묻힌다고 해서 무조건 효과를 본다는 보장은 없다.
로저스는 이에 대해 “뚝 떨어지는 공을 ‘싱커’라고 부르고 갑자기 늦게 들어오는 공은 ‘체인지업’이라고 부른다”고 말하며 웃었다.
가장 설득력있는 추측은 1회가 끝난 뒤 타이거스 벤치에서 로저스의 손이 카메라에 잡힌 것을 알고 손을 씻게 만는 것이다.
밴 슬라익 코치는 이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했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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