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매사추세츠주 휘치버그(Fitchburg)에서 태어난 벤 신부(지기들은 대천덕 신부와 구분해 그렇게 부른다)는 7살 때 성공회 신학원으로 부임하는 아버지를 따라 가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앞두고 돌아왔고 몇 년 전까지 미국서 ‘킹스 스쿨’ 이사장을 지내는 등 교육계에 몸담고 살게 된다.
대천덕 신부 사망 후 모든 게 달라졌다. 하나님은 토리 신부의 사명과 못다한 일들을 아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셨다.
예수원은 목장을 운영하며 가축을 키우는 기본적일 일은 물론 공동체 생활을 통해 노동과 중보기도, 영성 훈련의 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얼마전 부터는 이러한 일들이 ‘북한 선교’에 초점이 맞춰졌다. 개방을 대비해 일꾼들을 미리 키워 놓아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삼수령센터 건립 과 ‘네 번째 강 프로젝트’ 비전의 근거가 됐다.
“북한 주민들과 그 사회를 먼저 깊이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꿈만 꾼다고 되는 게 아니고 연구하고 교육하고 훈련해야지요. 다른 단체와의 협력도 필요합니다”
북한이 새 나라로 발전하려면 성경적 세계관을 가진 많은 전문가들이 경제, 사회, 가족,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강조돼야 할 것은 ‘크리스천적 사고방식’을 가진 일꾼들을 보내야 할 필요성이다. 벤 신부는 “북한 개발 사업의 성공은 크리스천들이 서로 사랑하고 예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섬길 때 가능하다”며 “의심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공동체 생활, 노동학교 훈련 등은 피폐해진 북한 땅에서 함께 살아가야할 일꾼들에게 좋은 수련이다. 또 현재 무엇이 얼마나 부족한가를 파악할 수 있는 실험도 된다. 같은 민족으로서 언어와 문화가 같으니까 더불어 사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
벤 신부는 “정치적인 통일은 언제 될지 모르지만 남북 교류는 벌써 이뤄지고 있지 않느냐”며 나진, 선봉과 개성공단 등을 예로 들었다. 전면적인 개방이나 통일을 기다릴 필요가 없이 지금부터 준비하면 길이 열린다는 확신이다.
내년 4월 산림청으로부터 매입할 예정인 15만평 크기의 삼수령 부지는 예수원에서 30년간 임대해서 쓰던 땅이다. 한국교회들과 기독교 단체, 기업 등의 도움으로 구입이 가능했고 운영은 미국에서도 후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산되는 센터 건립 비용은 200억 정도. 3단계 공정의 프로젝트는 1,000명 이상이 수용되는 강당 등을 세우는 해뜨는 마을, 공동체 마을 건설, 대안학교 설립, 영농단지 조성, 선교사 안식처 마련, 고아와 은퇴노인 주거단지 설립 등으로 구성된다.
어느날인가 거대한 프로젝트를 앞에 놓고 기도하는 벤 신부에게 하나님은 의외의 응답을 주셨다.
“세수를 하면서 기도를 하고 있었어요. 이것 저것 필요한 게 많으니 돈을 달라구요. 그런데 하나님이 ‘내게 돈을 달라고 하지말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너무나 뚜렷하게 네 다섯 번을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다시 ‘그럼 뭘 구할까요’ 하고 물었더니 ‘교회의 일치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시더군요”
하나님의 응답은 너무 정확했다. 통일을 앞두고 한국교회에 필요한 일은 자금이나 조직이 아니라 ‘한마음’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너도 나도 북한 땅에 들어가 서로 교회를 세우겠다고 할 때 야기될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벤 신부는 “북한에 들어가기 전에 지도자들이 만나 서로 용서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후에는 무슨 일을 누가 해야할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협력이 가능해진다.
벤 신부는 작년과 올해 두 차례 미국에서 북한학교를 열었고 영국에서도 참가하는 열의를 보인 분들이 있었다.
내년 5월에는 미시건주 앤 하버에서 열 계획이고 뉴욕도 고려 중이다. 이 학교는 문이 열리면 각 지역에 들어가 선교를 담당할 일꾼들을 구체적으로 훈련시키고 전략을 세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준비하면 길을 열어 주십니다. 기도하고 공부하고, 비전을 세우며 준비된 백성이 되십시오”
몇년전 운전하고 가다가 북한 주민들의 가슴 아픈 소식을 들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벤 신부. 그것이 성령의 인도하심임을 알고 삶의 방향을 바꾼 벤 신부가 한인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문의 (860)729-5261 벤 토레이 원장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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