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이상 5천명당 전문의 1명꼴
“돈벌이 안된다”의대생들 전공기피
비전문의 진료로 잦은 오진 사고
베이비붐 1세대가 은퇴연령대로 접어드는 등 미국 사회의 고령화 추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으나 노인병 전문 의료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지난 2005년의 경우 노인과 전문의는 65세 이상인 미국인 5,000명당 1명으로 수요와 공급 사이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노인과 전문의 부족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NYT의 진단이다.
NYT는 이같은 예측의 근거로 노인과 전문의 양성기관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꼽았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145개 의과대학 가운데 노인과를 두고 있는 곳은 9개 대학에 불과하다. 노인과 강의를 필수과목으로 못박은 의대 역시 2~3개 정도다. 대학 부속병원 인턴들의 경우 노인병에 대해 단 6시간의 훈련을 받는 게 전부다.
노인과가 이처럼 푸대접을 받는 이유는 물론 돈과 직결되어 있다.
전문의들의 평균 연 수입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보면 40만달러 가량을 벌어들이는 방사선과와 정형외과 전문의가 1위인 반면 노인과 전문의는 15만달러로 최하위권에 위치한다. 2002년 ‘내과 저널 아카이브’가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노인과 전문의들의 직업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고 4주간 노인과 코스를 이수하도록 규정한 오클라호마 의과대학의 자체 조사에서도 수강생들의 80%가 “보람있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전문과정으로 노인과를 검토해 보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NYT와의 인터뷰에 응한 일부 의과대학생들과 인턴들은 “주변의 낮은 평가와 수입도 문제지만 노인과는 따분해서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령자들은 당뇨병, 치매, 심장병 등 보통 4~5개의 질환을 ‘겹치기’로 갖고 있으나 치료보다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 의료인으로서의 의학적 성취감을 맛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처럼 의료계 내에서조차 괄시를 받는 형편이니 노인과 전문의 부족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로 인한 최대 부작용으로 NYT는 오진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전문적 훈련을 쌓지 않은 의사에겐 겉으로 드러나는 고령자의 증상을 통해 물리적 질환이나 심리적 요인, 인지력 장애 등을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다. 텍사스주 휴스턴에 거주하는 리타 자프로츠키(75)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 심한 무릎 관절염을 앓던 리타가 통증을 호소하자 가족들은 그를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그러나 한 차례 수술을 거쳐 진통제 처방을 받은 리타는 곧바로 심한 치매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6개월간 4군데 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았으나 담당의들은 한결같이 “치매”라며 양호원(너싱홈)에 입원시킬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마지막 정신감정을 위해 찾은 카운티 병원의 노인과 전문의는 “치매가 아니라 고령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심리적 장애 현상으로 우울증 약을 투여해 치료가 가능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리타는 우울증 치료로 단 몇 주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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