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결함은 바그너 개인의 체험이 지나치게 개입한 나머지 극이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흐른 점일 것이다. 그러나 처연하게 흐르는 음악만큼은 비할 바 없이 아름답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이졸데가 부르는 <사랑의 죽음(Love Death)>만큼 처절한 선율로 사랑과 죽음…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도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결국 마지막 한 장면을 위해 존재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트리스탄과 이졸데>보다는 오히려 로 유명한 작품이다.
SF 오페라는 지난 (10월)5일부터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공연하고 있다. 단촐한 무대가 극의 내용을 살리지 못하고 있고, 주역 가수들의 수준이 평균치를 넘지 못하고 있어 이번 시즌 최악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거구의 이졸데(크리스틴 브리워)가 극의 효과를 저하시키고 있고 트리스탄 역의 토마스 모서의 노래도 시원치 않다. 다만 전주곡을 비롯 러니클 지휘의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작품을 다소 살리고 있고 단역 몇 명이 호평받고 있을 뿐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바그너의 작품 중에서 가장 독특한 작품이었다. 마치 오페라에서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고나 할까. 중세의 전설을 소재로한 이 작품은 바그너 자신의 사랑과 번뇌의 체험이 녹아진 작품으로 바그너의 작품 중에서도 “악극(음악을 중시함)”의 효과가 가장 뛰어나게 발휘된 작품이었다. 푸치니조차도 “트리스탄…에 비하면 자신의 작품은 한갖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다”고 고백했다고 하니 이 작품의 예술성을 짐작케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 작품을 하나의 오페라로서 감동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극의 전개가 매우 지루하면서도 단조롭기 이를데 없기 때문이다. <트리스탄…>은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교되는 바그너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지만 아쉽게도 바그너는 세익스피어가 아니었다. 만인이 공감하기에는 극적인 요소가 너무 지루하다. 음악은 비할바 없이 아름다워 마치 한 편의 교향시를 듣는 느낌이다. 그러나 무려 4시간 반 이상 걸리는 ‘교향시’(?) 에 매력을 느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소재는 12세기 중반 이후 프랑스에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콘웰의 기사 트리스탄과 백부이자 콘웰 왕 마르케의 약혼녀 이졸데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트리스탄은 공물을 바치라고 백부 마르(Marke)왕을 협박하는 아일랜드의 장수 모롤트(Morholt)를 죽인다. 이때 입은 상처를 치료받기 위해 트리스탄은 아일랜드로 숨어들어 모롤트의 조카딸 이졸데로 부터 치료를 받는다. 이때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트리스탄이 원수임을 안 이졸데의 번뇌가 시작된다. 이윽고 트리스탄은 마르케 왕을 대신하여 이졸데에게 청혼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아일랜드로 건너가게 되고 돌아오는 뱃길에서 사랑의 묘약을 마시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가고 마르케 왕의 배신감감도 커져만 간다.
두 사람의 밀회를 목격한 마르케의 심문에 트리스탄은 할말을 잊고 이졸데에게 <죽음의 나라>로 함께 갈 것인가를 묻는다. 이졸데는 어디든지 함께 가겠다며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이를 본 마르케의 신하(멜로트)가 칼을 빼어 트리스탄에 덤비고 트리스탄은 몸소 멜로트의 칼에 상처를 받고 쓰러진다.
성으로 돌아온 트리스탄은 이졸데를 그리며 죽어가고 충복(쿠르베날)의 주선으로 트리스탄 성에 도착한 이졸데는 <사랑과 환희의 동기>가 연주되는 가운데 숨을 거두는 트리스탄을 품에 안는다. 이윽고 이졸데는 그 유명한 꿈의 법열 <사랑의 죽음>을 노래하면서 저승에서라도 트리스탄과 행복하게 지낼 것을 믿으며 환희 속에 트리스탄의 시체 위에 쓰러진다.
이 작품은 18일 저녁 7 시, 22일(1 pm), 27일(7 pm) 등 3차례 공연을 남겨놓고 있다.
<이정훈 기자>
junghoon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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