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에서 감동하면 사실 베르디(이태리, 1813-1901)의 작품을 빼놓고는 거론할 것이 많지 않다. 베르디와 쌍벽을 이뤘던 바그너의 경우 감동이라기 보다는 ‘도취’의 예술을 남긴 작곡가였다. ‘링 사이클(루벨링겐의 반지)’이라고 하는 무려 16시간 걸리는 작품을 보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도취에 빠질 수 있을런지는 혹시 모른다. 그러나 감동의 차원에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어떤 오페라가 감동적인 오페라인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우선 심금을 울리는 선율이 있어야 한다. 제 아무리 뛰어난 무대, 뛰어난 연극을 주제로 만든 오페라라고 해도 음악이 시시하면 감동은 커녕 오페라 축에도 들 수 없다. 그러면 오페라에서 심금을 울리는 선율만있으면 모두 감동을 주는 것일까? 그것 또한 아닐 것이다. 오페라에서 감동적인 선율이란 무엇보다도 극과 어울리는 선율이 있어야 한다. 차이코프스키, 베토벤 등 선율의 귀재들이 오페라에서 실패한 것은 극과 어울리는 선율을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베토벤은 그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가 실패하자 더 이상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베르디는 극과 어울리는 선율을 만들 줄 알았던, 탁월한 극적 천재였다. 곡만 따로 떼놓고 연주하면 별로 볼 품이 없다. 그러나 일단 극과 어울렸을 경우, 베르디가 창출하는 감동의 역사는 거의 불가사의할 정도였다. 흔히 베르디를 이태리의 ‘God’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베르디는 88세를 살면서 무려 26편의 걸출한 오페라를 남겼다. 베르디보다 많은 오페라를 남긴 작곡가는 많아도 베르디만큼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남긴 경우는 없었다. 그중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작품 중의 하나였다.
1851년, 베르디의 나이 38세 때 탄생한 ‘리골레토’는 베르디 뿐만아니라 오페라사에서도 큰 획을 그은 작품이었다. 일찌기 이처럼 극적이고도, 음악적인 작품은 없었다. 모차르트의 위대한 음악, 베를리오즈, 바그너 등의 웅장한 극이 해 낼 수 없던 역사를 ‘리골레토’가 해 냈다. 물론 ‘리골레토’ 듣기만 해서는 감동을 느낄 수 없다. 또 극적인 요소만으로도 감동의 전부라고 말해질 수 없다. 음악과 극이 동화하는 힘…. 말 그대로 오페라의 진정한 힘이 바로 여기서 부터 출발한 것이었다. ‘리골레토’의 성공에 누구보다도 놀란 사람은 베르디 그 자신이었다. 예전의 힘, 박력으로 밀고 나가는 성향이 사라지는 반면 극과 어울리는… 부드러움 속에 힘찬 감동을 엮어내는 놀라운 진보를 보이기 시작한다. 초기의 원시적인 힘은 점차 사라져 가지만 ‘리골레토’부터 베르디는 ‘춘희’, ‘일트로바토레’, ‘가면무도회’등을 차례로 작곡하며 황금기를 구가하기 시작한다.
-줄거리 및 등장인물-
만토바 공작, 리골레토 : 만토바 공작 부하, 어릿광대 곱추, 질다 : 리골레토의 딸, 스파라푸칠레 : 자객, 막달레나 : 스파라푸칠레의 여동생, 몬테로네 백작
1막 – 음산한 서주가 끝나고 막이 오르면 만토바 공작이 가신들과 호화스러운 저택에 무도회를 열고있다. 만토바 공작은 호색적인 생활을 즐기는 바람둥이. 1막은 만토바 공작과 어릿광대 곱추(리골레토)가 공작에게 자기 딸을 농락당한 몬테로네 백작과 벌이는 시비, 리골레토가 숨기고 있는 딸(질다)를 가신들이 납치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엮어진다. 공작은 학생으로 변장하여 질다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고… 복면 한 가신들이 담을 넘어 들어와, 질다를 강제로 끌고 사라지는 데…공작(테너)이 부르는 ‘이여자냐 저 여자냐(Questa o quella)’가 유명하다.
2막 - 공작이 방안에 우울하게 앉아 있는데 질다가 가신들에 의해 끌려 온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리골레토는 놀라며 격분한다. 어젯밤부터의 사정을 짐작한 리골레토는 공작이 납치한 것으로 오해하고 복수할 것을 맹세한다. 질다의 ‘사랑하는 사람이여(Parmi veder le lagrime)’, 질다와 리골레토의 이중창 ‘불행은 내가 가져온 것(Piangi, piangi fan ciulla)’ 등이 유명하다.
3막 -여인숙에서 리골레토는 자객 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을 살해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스파라푸칠레의 누이 동생인 막달레나의 유혹에 공작은 여인숙까지 나와 술 대접까지 받는다. 막달레나는 오빠에게 공작을 살려 달라고 하면서, 그 대신 다른 사람을 찾아 오겠다고 한다. 이를 엿듣고 있던 질다는 공작 대신 자기가 죽을 것을 결심한다. 결국 공작 대신에 질다가 스파라푸칠레의 칼에 죽게되고 리골레토는 자루에 든 공작의 시체를 메고 강에 던지려고 하는데, 만토바 공작의 노래 소리가 들려 온다. 그제서야 자루 안에 든 시체가 공작이 아닌 자신의 딸 질다인 것을 알아챈 리골레토… 그제서야 몬테로네 백작의 예언… ‘복수는 드디어 내 딸에게 내려졌도다’라고 통곡하며 쓰러진다. 공작이 부르는 ‘여자의 마음’, 4중창 ‘Un di se ben rammentomi’ 등이 유명하다.
SF 오페라가 공연중인 ‘리골레토’는 1997년 SF오페라가 제작한 오리지널 스테이지를 리바이벌, 다소 지루하고 맥빠진 무대로 평가받았다. 오케스트라도 평수준을 넘지 못했으나 리골레토 역의 파울로 자바넬리 질다, 역의 메리 던리비 등이 호평받았다.
▲리골레토 남은 공연 10/ 12, 7:30 pm, 15- 2 pm, 21-8 pm, 24-7:30 pm, 29-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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