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뇌수에 박힌 느닷없는 탄환 한 발 놀랍게도 그것에는 너의 피가 묻어있다 천리를 휘달려 온 그 피의, 그 가공할 살의!
박기섭 ‘연가’ 전문
천리를 휘달려와 나의 머리에 박힌 탄환 한 발에 너의 피가 묻어 있었으니 내 머리에 난 구멍에서 너와 나의 피는 섞이어 우리는 하나가 되고 마는 것 아닌가. 아니 바꿔 생각해도 그렇다. 내가 너를 향해 발사한 탄환에는 분명 나의 피, 나의 사랑이 묻어 너의 가슴에 박히는 날 너의 피와 섞여 하나가 되고 말 것이니 이토록 지독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무엇에다 감히 견줄 수 있을까. 둘이서 사랑을 할 바에야 이렇게 절절히 나누는 사랑을 해야겠지. ‘그 가공할 살의!’ 가 내포하고 있는 영원에 이르도록 그렇게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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