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훈(재활의학 전문의)
10월 8일 밤, 각 방송, 특히 CNN과 FOX 방송은 특종 뉴스로 북한의 지하 핵실험 소식을 경쟁적으로 전하면서 붉은 군대의 행진과 이를 사열하는 김정일, 그리고 김대중, 이 두 사람이 축배의 잔을 드는 장면, 노무현의 얼굴 표정을 연속해서 긴급뉴스의 배경 동영상으로 방영하고 있었다.
지난 7월 4일 북한 유도탄 발사가 햇빛과 포용정책 실패의 전주곡이라면 이번 핵실험은 그것들의 장송곡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러나 소리 없는 장송곡, 핵실험의 지진파처럼 어떤 예감이 머리카락으로부터 골수까지 퍼져가는 그런 장송곡 말이다.
2002년 6월, 대한민국은 축제의 도가니 바로 그 자체였다. 함성이 한국의 구석구석을 뒤덮고 있었다. 월드컵에서 4강이 되었으니 이 얼마나 장한 한국의 쾌거였을까. 반만년 역사 중에서 어느 한 순간만 제외하고 긴 고난의 세월을 인내한 기억을 지우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민족의 자존심
을 세우기에 충분했었다.
매스컴에서 ‘붉은 물결이 넘실대는 경기장’이라고 현장 설명을 듣거나 읽을 때 왜 마음이 헷갈리는지 작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이해가 간다. 민족의 긍지를 살리고자 흥분하고 열광하는 군중, 그들에게 ‘우리 민족끼리’ 등의 구호가 먹히던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겠는가?
촛불데모를 앞세워 표면으로 등장한 한국의 좌파들은 이런 호기를 놓칠 리가 없다. “당신은 반민족주의자, 당신은 반통일 세력”으로 그 정책의 비판자들을 몰아세워 기를 죽여 놓았다.한반도의 공산주의자들은 ‘민족주의’의 탈을 쓰고 ‘민주주의’를 앞세워 계급투쟁, 나아가서는 통일전선을 구축한 이래 일사분란하게 소위 그들만의 적화통일 투쟁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반도 주민들은 그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순수하게 혹은 안일하게 긍정적으로만 이해하여 저들이 숨겨놓은 그 말의 뒷면을 간파하지 못하였다. 이는 주체사상(김일성 숭배주의)으로 아주 깊게 빨려들게 하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인민공화국의 전체주의 독재정권의
귀와 입이 된 자들이 어디 한 둘인가? 그들은 한국의 군사정권만 독재라고 역사에서 지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사파들은 오늘날에는 진보의 가면을 쓰고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분야에 자리잡고 있으며 평등사회(?) 건설을 위한 혁명을 꿈꾸고 있다. 자칭 타칭 진보적이고 민주적 이념의 소유자들이 이미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을 위하여 왜 뒤로 가는지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조국을 위해 신명을 다 바치고 초야에 묻혀있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투사들의 숭고한 뜻을 모독하고 있다.
작금의 세계는 자유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향해 움직이는 공통분모가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시각에는 주사파든 좌파든 혹은 사회주의자든 모조리 붉게 보일 수 밖에 없는 한반도의 정치사와 특수한 환경이 있다. 좌파는 공산주의자가 아닐 수도 있지만 공산주의자는 좌파로 분류되며 주사파를 김일성 숭배자와 구별하는 것은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사회주의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아무튼 남한의 상황이 극과 극으로 대치하여 기차가 마주보고 달리는 상황인데 북한 정권은 남한의 정치에 간섭하면서 진보적 좌파 세력을 여러 형태로 비호하고 있으며 ‘빨갱이’라는 말이 다시 생기(?)를 얻어 비전향 간첩의 묘지에 민주투사의 묘비를 세우고 있으나 좌파들은 이 말에 심한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과거 좌익활동으로 형을 마친 자, 미확인 전향자, 이런 무리들을 민주주의 투사로 인정 복권시키고 보상하거나 보상위원회 회원으로써 스스로 민주투사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붉은 물결이 출렁이는 한반도, 더 이상은 아니된다.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핵실험의 진동은 붉은 물결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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