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싫어하는 세명의 외국 지도자가 있다. 이란의 아흐마디네 자드 대통령,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베네주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다. 아흐마디네 자드는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의 혁명세력을 지원, 핵실험을 하겠다며 부시와 세계평화를 위한 TV공개토론을 하자고 큰소리 친다. 사실상 그는 후세인 이후 아랍세계의 반미세력의 축을 구성하고 있는 인물로 철저한 호메이니 혁명정신의 계승자다. 미군이 철수하면 시아파 우두머리인 이란이 이라크정부를 좌지우지 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일은 잘 알려져 있는대로 미국과 일전도 불사하겠다며 핵실험을 강행하는 말이 안통하는 지도자다. 미국은 그와 대화창구를 여는데 진땀을 흘리고 있다. 더구나 김정일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기술을 이란과 아랍에 팔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미국으로서는 골치아픈 존재다.
다음에는 막가파인 베네주엘라의 차베스다. 그는 부시를 ‘악마’ ‘살인자’ ‘당나귀’ ‘학살자’라고 부르는 철저한 부시 증오파다. 지난해 미국의 팻 로벗슨목사가 “CIA 특수요원을 시켜 암살하라”고 제의했던 그 인물이다.
카스트로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차베스는 자신을 연결고리로 브라질의 룰라,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 볼리비아의 모랄레스와 남미에 광범한 반미세력을 구축해가고 있다. 그는 이들과 미국에 대항하는 남미공동 방위기구를 조직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이란을 방문해 아흐마디네자드의 반미정책을 지지하면서 양국의 합동군사훈련을 제의하고 베네주엘라도 핵무장하겠다며 북한 기술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미국은 차베스를 동키호테로 부르지만 그의 행동은 이제 우스개로 넘길 일이 아니다.
남미에 불기 시작한 좌파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계속 되어온 라틴 아메리카식 부패정치를 완전히 뿌리 뽑고 민중이 주체가 되는 세상을 구현하겠다는 혁명사상이다. 일컬어 ‘볼리바리안 운동’이다. 1800년대 베네주엘라 카라카스 출신인 볼리바르가 펼친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 및 농민해방운동으로 체 게바라 사상도 볼리바리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볼리바르는 19세기에 베네주엘라, 콜롬비아, 파나마, 에콰도르등 남미국가 연합체인 그랑 콜럼비아 공화국을 구성한후 대통령이 되었으며 그 힘으로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 페루를 해방시켰다. 그는 스페인의 남미지배에 종지부를 찍은 민중혁명의 영웅이다. ‘볼리비아’라는 나라 이름도 볼리바르의 이름을 딴 것이다.
차베스가 정신적 지주로 삼고있는 영웅이 바로 혁명아 볼리바르며 과거의 스페인 대신 미국을 대입시켜 남미 해방운동을 펼치고 있다. 베네주엘라는 세계4위의 석유생산국이며 미국 수입석유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이 오일머니로 남미의 가난한 나라들을 지원하며 반미운동을 벌이고 있다. 베네주엘라 유전은 록펠러가 개발한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개발한 유전의 포로가 되어 지금 이 남미의 문제아(?)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남미는 미국의 뒷마당이다. 너무나 거리가 가깝다. 만약 차베스가 펼치는 볼리바리안 운동이 멕시코등 우파국가에도 심각하게 번질 경우 미국은 좌시하고만 있을수 없는 입장이다. 남미에서는 미국이 병력을 파견해 파나마식으로 베네주엘라의 차베스를 제거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모양이다.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고, 이라크도 점령하고, 북한도 겁주어야겠고, 이란의 콧대도 꺾고 싶고, 남미의 시범 케이스로 차베스도 혼내주어야겠고... 부시의 괘씸죄 대상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민주국가의 상징인 미국이 어쩌다가 쌈닭이 됐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clee@koreatimes.com
<이 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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