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갓 12학년이 된 학생들은 대학원서 작성이라는 큰 과제와 마주치게 된다. 몸도 마음도 바빠지면서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에 빠지게 된다.
진학하고 싶은 대학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일단 선택하고 난 다음에 입학원서를 작성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사립대학에 원서를 내는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카운슬러에게 추천서를 부탁하는 일도 서둘러야 하고, 무엇보다도 대학마다 요구하는 에세이를 참신한 스타일로 재미있게 또는 감동적으로 써내야 한다는 가장 어려운 작업을 완성해야 한다.
입학 지원서를 내는 학교가 한 두개도 아니고 10개 이상 때로는 15개 대학에 원서를 내는 학생들은 밤잠을 못 자고 원서작성에만 매달리게 되고, 이를 옆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는 부모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10여개의 사립대학에 원서를 쓰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원서마다 학생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정보를 기입해 주고 사인을 해야 하는 카운슬러도 진이 빠지게 된다.
남가주에 사는 12학년 학생들의 압도적 다수가 UC에 진학하기를 희망하고 있고, UC 중에서도 UCLA가 학생들이 선택하는 대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지난 수년 동안의 현상이다.
이같은 UCLA 선호는 마침내 작년도 신입생 평점과 SAT 점수에서 사상 처음으로 UCLA가 UC버클리를 앞질렀다는 통계에 잘 나타나고 있다. 우등생 중에서도 특별히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이 UCLA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녀들에게 하버드나 스탠포드는 못 들어가도 적어도 UCLA는 들어가야 한다고 엄포를 놓는 학부모들은 정보에 어두워도 한참 어둡다는 것을 스스로 자녀들에게 내보인 셈이 된다.
대학 진학을 앞둔 12학년 학생들과 마주앉아 상담을 하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느낌을 가질 때가 많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 대학에서는 고등학교의 10학년과 11학년 성적만이 입학심사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까 12학년으로 올라와서 막상 입학원서를 쓰기 시작하면 지난 2년 동안 정신 안 차리고 노느라고 엉망이 된 성적을 보고 난감해하는 학생들이 많다.
아차 하고 정신이 드는 순간에는 벌써 늦었다는 낭패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실 10학년 11학년이면 이제 겨우 15세에서 17세 사이이다.
나이에 비해 일찍이 철이 든 아이들도 있지만, 아이에 따라서는 문자 그대로 늦게 피는 아이들(late bloomer)이나 늦게 성숙하는 아이들도 많다.
까딱하면 좌절감에 빠져서 장래에 대한 계획을 포기할 수도 있으므로, 어른들의 이해와 격려가 가장 필요한 때가 이 시기이다.
미국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캘리포니아만 해도 수많은 대학이 있다. 꼭 어떤 대학을 고집하는 대신 시야를 넓혀서 현재 자신의 조건에 적합한 대학을 찾아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꼭 UC를 가고 싶다면 역시 캘리포니아에 100여개가 넘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2년을 마치고 UC에 편입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커뮤니티 칼리지를 졸업한 다음에 UC로 편입해서 UC 학위를 받고 졸업하고 있다.
우리 모두 인생을 살아가면서 “Never too late”라는 말이 헛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 적이 있을 것이다.
혹시 대학 진학이 맘대로 안 된다고 낙심해 있는 자녀들이 있다면 이 짤막한 표현에 담긴 뜻을 한번 되씹어 보게 하는 것도 이들의 용기를 북돋워주는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순진 박사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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