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 경연대회는 해마다 그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왼쪽은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인 스티브 신씨.
‘한국음식 경연대회’심사위원 정숙희 기자의 참관기
김치·김치퓨전 두종목으로 경쟁… 요리수준 높아져
대상 ‘김치 살사’· 금상 ‘김치닭고기말이 메달리온’
지난 30일 코리아센터 개관기념으로 열린 외국인 대상 한국음식 경연대회에서 심사를 맡았다.
올해로 제4회니, 네 번째 심사인 셈.
총 15명이 참가해 그야말로 열띤 경연을 벌였다. 이번에는 요리 종목을 ‘김치’와 ‘김치퓨전’ 두 가지로 단순화해 맛보고 점수 내기가 한결 수월했다. 그리고 대회가 해를 거듭하다보니 출전자들의 요리수준도 꽤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전문 요리사보다는 아마추어들의 대회라 너무도 실험적인 맛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날 처음 김치를 만들어본다는 사람도 있었으니.
<한 남성 출전자가 열과 성을 다해 김치를 담그고 있다>
출전자들은 주최측(한국문화원·한국조리사중앙회)에서 제공한 재료들-절인 배추와 각종 양념, 쇠고기(불고기·갈비·안심 중 1파운드)와 익은 김치(퓨전요리 용)-을 가지고 2시간 동안 김치를 담그고, 퓨전요리를 만드느라 분주하게 썰고, 두드리고, 무치고, 끓이고, 볶고…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를 했다. 남의 나라 음식을 잘 만들어보겠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그 열의가 참으로 대단해서 감탄이 나올 정도였고, 주최측에서 제공받은 재료보다 각자 준비해온 재료들이 더 화려해서 수많은 이국 양념과 채소들이 김치퓨전에 쓰이는 것이 흥미로웠다.
<은상을 탄 멜라니 애들러가 그린색 밥 위에 고기와 김치를 얹어 퓨전요리를 만들고 있다>
한국음식 경연대회에서 심사할 때마다 매우 인상깊게 느껴지는 것은 다양한 퓨전 아이디어들이다. 사실 우리의 김치는 레서피가 다양해서 종류도 수십 가지가 넘지만 어떻게 요리해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다. 그런데 우리가 자주 해먹는 김치요리라는 것이 김치찌개, 김칫국, 김치만두, 김치전, 김치말이국수, 김치칼국수, 김치볶음밥, 김치제육볶음, 두부김치, 김치고등어조림… 그 정도에서 머물지만 외국인들이 김치를 응용하는 아이디어를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김치소시지를 만든 팻시 모튼이 겉절이처럼 버무린 퓨전김치를 선보이고 있다>
이 날 대상을 차지한 일본 여성 아이 타카야마의 ‘김치 살사’와 ‘김치해물 빠예야’ 같은 것이 좋은 예로, 김치와 다른 야채들(토마토, 양파, 실란트로, 할라피뇨 등)을 잘게 썰어 넣고 만든 김치 살사를 칩에 찍어먹는 순간 “아! 바로 이거다”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고소한 칩과 김치의 맛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처음 알았던 것이다. 김치 빠예야도 마찬가지. 스페인식 해물밥에 김치를 넣고 볶으니 새로우면서도 정겨운 맛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대상 수상작품인 김치빠예야와 김치 살사.>
금상을 차지한 타마라 로젠의 ‘김치닭고기말이 메달리온’은 닭가슴살을 평평하게 편 뒤 김치와 각종 야채 다진 것을 가운데 놓고 둥글게 말아 익힌 다음 동글납작하게 썰고 특별 소스를 뿌려냈는데 모양도 맛도 상당히 괜찮았다. 동상 수상자 에르미 아세베도는 이탈리아에서 할머니가 보내주셨다는 치즈(goat cheese)를 김치와 버무려 내놨는데 어머 세상에, 김치와 치즈의 맛이 한 쌍의 원앙처럼 기막힌 궁합을 이루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간고기에 다진 김치를 섞어 소시지처럼 빚어 구워낸 김치소시지도 일품이었고, 김치와 각종 재료를 떡보쌈에 예쁘게 싸서 내놓은 김치보쌈은 맛은 둘째치고 보기에 여간 삼빡하지 않았다.
<금상 수상자 타마라 로젠이 김치닭고기말이 메달리온에 소스를 얹고 있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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