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주 상원의원으로 재선전에 임하고 있는 조지 알렌(공화)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따 놓은 당상으로 간주되어 차기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군에 거명되곤 했었다. 민주당이 후보로 내세운 제임스 웹이 워낙은 공화당원으로 해군 장관을 지냈다가 부시의 이라크전에 대한 반대로 당적을 바꾼 사람이었기에 하원의원에 버지니아 주지사를 거친 알렌에게 대패할 것이라는 것이 정치평론가들과 여론조사의 공통된 전망이었다.
그러나 알렌의 순탄한 정치역정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8월 중 어는 시골에서 유세하던 알렌이 웹 선거진영의 자진봉사자가 계속 비디오 카메라로 유세장면을 찍고 있었던 게 마음에 걸렸던지 인도계 그 자진봉사자를 ‘마카카’(macaca)라 불렀던 게 화근이 되기 시작한다. 원숭이의 일종인 마카카란 단어가 유럽 일부지역에서 유색인종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웹 선거진영에서는 알렌을 맹 비난했고, 알렌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알렌의 당당한 발걸음이 비틀거리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에는 알렌의 어머니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알렌의 외할아버지가 튀니지아에서 2차대전 때 반 나치 운동으로 투옥된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알렌의 어머니가 자기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 남편이나 아이들에게조차 자기의 유대 혈통을 감추어왔었다가 한달 전인지 어떤 잡지에 알렌의 모계가 유태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난 다음에야 알렌이 캘리포니아에 사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는 것이 그 과정인데 그다지 석연치 않은 설명이다. 50이 넘은 알렌이 그의 모계 혈통을 도무지 모르고 있었다는 게 믿기 어려운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태인 혈통이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아직은 유태인의 금기음식인 돼지고기 섞인 소시지를 좋아한다고 부언 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알렌의 문제는 살론. 컴이라는 사이버 잡지에서 1970년 초기에 알렌과 함께 대학 축구팀에 속했던 세 사람들이 흑인을 비하하는 노예제도 시절의 표현을 알렌이 자주 쓰곤 했다는 내용을 게재한 후 더욱 심각해진다. ‘N-단어’(N-word)라고 완곡하게 묘사되는 그 단어를 쓰는 사람들은 인종편견주의자들 내지 흑인 증오자들로 간주되기에 만약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과거 팀메이트였던 셋 중 하나는 알렌이 사슴 머리를 어떤 흑인 집의 우편함에 집어넣기까지 할 정도로 백인 우월주의자였다고 주장한다.
물론 알렌은 N-단어를 사용한 적이 결코 없었다고 펄쩍 뛴다. 그리고 알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팀메이트들도 있어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도 진실은 알렌의 선거 상대인 웹의 말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부에서 자란 사람 치고 일생동안 그 단어가 입술에서 한번도 내뱉어지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기도 그 말을 쓴 적이 있었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알렌의 문제는 그 단어 사용자체보다 더 심각한 예들이 과거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변명해야 된다는 현실이다. 알렌은 19세기 미국의 남북전쟁에 있어서 노예제도 등 남부의 관습을 지키기 위해 연방정부에 선전포고를 한 남부(미국 주들의 연합: Confederate States of America) 국기를 자기 집에 걸어두곤 했었다는 것이다. 요새는 알렌이 흑인들의 집회에서 흑인들이 남부 국기를 미워하는 이유를 깨닫는데 있어서 자기가 많은 시간을 요했음을 사과하곤 한다. 또 하나 묘한 과거는 자기 사무실에 사형집행인의 동아줄을 걸어두곤 했다는 사실이다. 그 점에 대한 변명은 또 얼마나 궁색한 것일까.
이런저런 사유로 11월 본선에서 알렌과 웹은 현재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은 한국 정치인들의 최근 설화에 대해 쓸까 한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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