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박쥐(Die Fledermaus)’
오페라, 행복한 중독
그의 논문은 늦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잠깐 귀국한 그의 얼굴을 봤을 때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휩싸여 있었다. 독일에서 공부하는 동안 오페라의 매력에 푹 빠져 한끼를 굶어서 모은 돈으로,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유럽 각지의 오페라 극장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했다. 그리고 몇 년 뒤 그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를 출간한 후 본업보다 방송 신문, 잡지의 오페라 해설가로 더 바쁘게 살고 있다.
그(이용숙씨)는 오페라의 음악적인 측면이나 단순한 줄거리보다는 그 오페라가 태어난 시대의 사회상과 정치•경제적 배경에 중점을 두었다. 예를 들어 그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속고 속이고 용서하는 결혼 이야기보다는 귀족의 횡포에 맞설 만큼 성장해 가는 당시 시민계급의 양상을 보았고, 비제의 <카르멘>에서는 낭만적인 집시의 유혹보다는 핍박받는 소수민족이자 담배공장 노동자로서의 집시를 다뤘다. 또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중윤리에 희생되는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 초점을 두었고, 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는 동양을 신비화하는 서구인의 이국 취향 뒤에 숨겨진 정복욕을 주제로 삼았으며,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에서는 팔레스타인 분쟁의 기원을 읽었다. 예술도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인데 이제 막 오페라와의 첫사랑을 맺은 나로서는 그 행복한 중독의 문에 첫발을 디딘 것에 큰 의미를 두어야 했다.
오페레타 Operetta
박쥐는 요한 스트라우스 2세가 남긴 걸작으로 즐거운 왈츠 리듬과 감미로운 노래로 꾸며진 오페레타이다. ‘박쥐 서곡’ ‘당신과 당신’ ‘조롱의 노래’ 등이 널리 알려진 노래이며 1999년 소프라노 조수미도 요한 스트라우스 100주기 기념 음반 출반시 박쥐 중에 <내가 순진한 시골 쳐녀였더라면>SPIEL’ ICH DIE UNSCHULD VOM LANDE를 담기도 했다.
요한 스트라우스는 그의 처녀작<인디고(inddigo)>를 비롯해 75세 때에 작곡한 <이성과 여신>까지 16개의 오페레타가 있는데 그중 이 <박쥐>와 <집시 남작>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박쥐는 음악과 환락의 도시 비엔나의 일면을 암시함과 동시에 비엔나풍의 오페레타로 선구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1896년부터 1921년까지 25년 동안 약 1만 2천회를 상연했을 만큼 많은 인기를 차지했다.
박쥐의 구성
제 1막 아이젠스타인의 저택
팔케 박사는 가면무도회에 오던 중 마차 안에 자신을 남겨두고 가버린 친구 아이젠스타인에게 복수할 것을 결심한다. 4년 전에 헤어진 연인 로잘린데에게 세레나데를 부르는 알프레드, 엉겁결에 로잘린데의 남편으로 오해받고 형무소로 가게 되고, 팔케 박사가 꾸민 복수극대로 아이젠스타인은 르나르 후작이라 이름을 바꾸고 오르로프스키 공작 집의 무도회에 함께 가게 된다. 하녀인 아데레도 동생인 아이다가 보내온 무도회 초대장을 보고 로잘린데에게 숙모의 병문안을 가야겠다고 꾀를 내어 휴가를 얻어낸다.
제 2막 오르로프스키 공작의 저택
힘찬 전주곡이 있은 후 막이 열리면 오르로프스키 공작의 집. 그곳에는 많은 손님들이 모여 환락을 찬미하는 대합창이 벌어진다. 그들 중에는 로잘린데의 의상을 빌려 입고 온 여배우 오르가(아데레)도 섞여 있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고 여자를 물색하고 있던 아이젠스타인이 배우 오르가에게 적당히 말을 걸고 있을 무렵, 마스크를 쓴 로잘린데가 헝가리 귀족 부인의 아름다운 옷을 입고 나타난다. 이때 팔케가 가리키는 곳을 본 로잘린데는 하녀에게 반한 남편의 모습에 격분한다. 마침내 아이젠스타인은 로잘린데를 소개받고, 이미 자기는 17명의 여인을 유혹한 일이 있다면서 여자가 바람은 피워도 상관없다 말하고, 시계를 내보이면서 여자의 고동을 세어 본다. 그는 자기의 부인이라는 것도 모르고 유혹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로잘린데는 상대가 자기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이 흥미롭게 진행된다. 시계소리를 따라 가슴의 고동을 세어 보는 유쾌한 2중창을 부르는 사이에 아이젠스타인은 그 장소를 떠난다. 이때 시계가 6시 알리자, 형무소에 수감될 예정인 아이젠스타인과 형무소 소장인 프랑크는 각각 서두르며 퇴장한다.
제 3막 형무소 안의 프랭크 사무실
알프레드를 아이젠슈타인인 줄 알고 잡아간 프랭크 소장과 당사자인 아이젠슈타인은 자신과 뒤바뀐 것을 알고 놀란다.
그러나 이때 로잘린데가 시계를 내보이며 나타나 알프레드보다 더 잘못한 것은 당신이오하며 말하는 바람에 도리어 봉변을 당한 아이젠스타인. 누가 감옥에 들어갈 것인가를 놓고 아이젠타인과 알프레드가 논쟁을 벌이는데,아이젠스타인은 자기가 아이젠스타인이라는 것을 부인한다. 이때 오르로프스키 공작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나타나 박쥐의 최후 결론이라는 합창을 부른다. 전후사정을 알지 못하는 아이젠스타인은 팔케에게 어찌된 영문인가를 묻는다. 그는 박쥐의 복수라 말하며 해명한다. 결국 아이젠스타인은 로잘린데가 결백한 것을 납득하고 그녀와 포옹한다. 전원이 샴페인을 들고 이것이 참으로 술의 왕이라고 합창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아버지와 아들, 그 불편한 관계에서 왈츠만 완성되고
아버지 요한 스트라우스와 아들 요한 스트라우스는 묘한 긴장관계에 있었다. 아버지 요한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왈츠 열풍을 일으키며 명성을 얻어가던 시절, 마음에도 없는 세살 연상의 여관집 주인 딸 ‘안나 슈트라’와 ‘불행한 결혼’을 했다. 그 아들 중의 한 명이 바로 아들 요한 스트라우스 2세.
아버지 요한은 자식들이 음악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아들 요한은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고 음악을 공부했다. 그런 아들이 19살이 되자 아버지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각됐다. 아버지는 아들의 음악활동을 중단시키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 아버지 요한은 가족을 떠났다. 원래 사랑했던 여인 ‘에밀리에’에게로 갔다. 그와의 사이에서 다섯명의 아이를 낳았다. 아버지가 죽기 전까지 아들과의 경쟁관계는 치열했고, 언론과 시민들은 그 관계를 즐겼다.
아버지와 아들은 왈츠음악을 발전시켰지만 이는 불편한 관계 속에서 싹튼 결과물이었다. 1849년 아버지는 46살의 젊은 나이에 죽고 그 아들은 아버지가 죽은 이후로 50년을 더 살았다. 아들 요한 스트라우스는 왈츠의 대부로 남았고, 아버지 요한 스트라우스는 아들의 이름에 가렸고 ‘라데츠키 행진곡’만 남았다.
유쾌한 복수극
박쥐는 잘 짜여진 복수의 유쾌한 이야기다. 로잘린데역의 Christine Goerke, 아데레역의 jennifer Welch-Babidge, 아이젠스타인 역의 Wolfgang Brendel 등의 호화 캐스팅과 도널드 루니클스 지휘자의 탁월한 음악적 감각이 무대를 압도하며 왈츠풍 음악과 춤을 통해서 재미난 이야기로 다가온다. 루니클스는 능수능란하게 연주를 이끌어내서 그 미묘한 것들을 잘 표현해냈다.
SF 크로니컬은 “9일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박쥐 첫 무대는 풍부하고, 탄성을 자아내는 목소리로 음악적인 매력을 발산했다”며 “지난 수년간 박쥐의 사회적 풍자는 완화된 반면 스트라우스의 창의적인 음악이 청중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평했다.
오페라가 내미는 유혹의 손길을 잡고 싶다면 오페레타인 박쥐로 시작해봄도 좋을 듯하다.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는 총 4부로 17시간에 달하는데 “오페라를 좋아하지 않고는 앉아 있는 그 자체가 곤혹인 작품”이다. 따라서 줄거리를 잘 따라갈 수 있는 쉬운 작품부터 정복해보는 것이 즐거울 것이다.
남은 공연 : 10월 4, 8, 13일 $25~245, www.sfopera.com
Box Office (415)864-3330
<신영주 기자> yj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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