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전 세계에서 가장 핵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장 핵무기를 많이 가진 나라는 전술핵무기와 전략핵무기를 포함하여 러시아가 2만기 정도로 1위, 미국이 1만8,000기 정도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허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당연히 미국이 1위이다.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유럽 순방길에 “북한의 핵은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정치용이다”란 발언으로 많은 논쟁들이 오고 가고 있다. 얼마 전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의 민중연대 정광훈 의장의 한국일보 인터뷰에 나온 기사도 실은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내용이다.
북한 핵이 군사용이냐 정치용이냐 하는 것은 미국의 핵이 군사용이냐 정치적 목적이냐 하는 질문과 함께 대답하여야 한다. 만약 미국의 핵이 남의 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군사용이고 협박용이라면 당연히 북한의 핵도 상대적으로 군사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허나 미국의 핵이 군사적 용도가 아닌 상대국을 견제하고 그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한 정치적 용도가 더 강하다면 당연히 북한의 핵도 마찬가지 용도일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그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절대적 이득의 진정한 상대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의 핵개발이 군사용이라면 북한은 상당히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같은 동족인 한국의 지지를 받을 수도 없으며 또한 1만8,000대 1이라는 전혀 상대할 수 없는 수적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북한은 물난리에 냉해 피해에 경제제재, 금융제재 등 수난의 연속이다. 쉽게 말해서 이제 손들고 살려달라 애원할 때도 된 것이다. 허나 만약 북한이 미국에 손들고 살려달라 애원한다면 한반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분단된 나라가 곧 통일이 되고 북한 동포들이 갑자기 잘 먹고 잘 사는 한국처럼 될 수 있는가? 많은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입지에 놓여있는 북한, 초강대국 미국과 나라의 사활이 걸린 정치적 싸움을 벌이고 있는 북한.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위기 국면을 타개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여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올 수 있는 가장 돈 안 드는 방법을 핵개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북한은 지금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제재 풀고 관계개선하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면 모든 핵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이라크 전쟁을 경험한 북한에게는 더욱 이러한 의지가 강할 수 있다.
워낙 북한에 대한 확인 안 된 공포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겐 이것조차도 거짓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좀더 북한 핵 문제의 본질을 보려 노력한다면 그들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동북아에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 하는 분들도 있다. 허나 이스라엘이 50여기의 전략핵 탄두를 가지고 있다 하여 중동 지역 모두가 핵을 가지고 있는가? 인도 파키스탄이 핵을 보유한다 하여 아시아 전체가 핵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다. 물론 가능성은 있지만 이런 이유로 북한 핵을 얘기한다면 미국이 핵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남미 전체가 핵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은 것이다.
북한 핵을 정치적으로 볼 것이냐 군사용으로 볼 것이냐 라는 문제는 그래서 함부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을 꼭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반핵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허나 1만8,000대 1 이라는 절대적 불리함 속에서도 그 하나의 힘이 1만8,000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다면 그 어떤 정치적인 노력보다도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이 북한이 핵개발을 정치적으로 사용하려는 논리로 볼 수 있다. 이 논리에 개인들의 주관적 판단을 떠나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깊은 마음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북한이 핵개발을 끝내기 전에 서로간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진정 없을까?
이재수 <자주연합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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