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나 본 사람들 가운데는 그의 격의 없고 소탈하면서 직선적인 화법에 반한 사람이 많다. 상대방의 지위를 따지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털어놓는 그의 태도가 상당한 친화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란 자리에 앉으면 이런 화법은 오해와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노 대통령은 그 동안 숱한 말실수로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그랬지만 해외에 나와서, 특히 한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도 그의 거침없는 말투는 계속됐다.
2004년 11월 LA에 와서는 “핵 보유가 자위적 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일리 있다”고 북한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는가 하면 2005년 2월 정상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하자 “미국 사람보다 더 친미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걱정”이라며 엉뚱한 방향으로 화살을 돌렸다.
14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참석 차 한국을 떠난 이후 그의 행보는 전과 다르지 않다. 지난 주 핀란드 헬싱키에서 가진 기자 회견 장에서 그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무력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마디 던졌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보고 있는데 유독 휴전선을 코앞에 둔 한국의 대통령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설사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일삼는 의도는 대체 무엇일까.
그러면서도 13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는 “한미 동맹이 한국 안보의 근간”이라며 이를 계속 발전시켜줄 것을 부탁했다. 북한의 군사 행동이 한국에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는데 한미 동맹이 왜 필요하며 미국이 한국을 누구로부터 지켜줘야 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이번 회담이 끝난 후에는 공동 선언문 없이 기자 회견으로 회담 결과를 알린다 한다. 북한에 대한 시각 차가 너무 커서 공동 선언은 그만 두고 얼굴만 안 붉혀도 다행이라는 게 일부 외교관들의 진단이다. 미국 측 관계자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북한 정권의 붕괴는 막아야 하며 북한을 자극하는 어떤 조치도 불가하다는 게 노무현 정부의 입장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무정부 상태에 빠져 대규모 피난민이 발생할 경우 이들을 먹여 살리고 북한을 재건해야 하는 데 그럴 능력과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반면 방코 델타 아시아를 비롯한 북한 거래 은행에 압력을 가해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데 재미를 붙인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 봉쇄를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잘 치러질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북한이 조만간 지하 핵실험을 준비중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 때도 노 대통령은 “별 것 아니다”라고 말할 것인가. 점점 벌어지는 한미 관계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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