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남성의 영역으로만 인식돼 왔던 주재원 사회에 여성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관광공사 LA지사 김종숙 차장, LA무역관 안복녀 차장, 관광공사 정선희 차장. <신효섭 기자>
‘남성의 영역’ 옛말
고위직 파견 급증
‘여성 파워가 밀려온다’ 한인 경제계에도 여성 파워가 거세다. 한인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계는 물론 일반 사업체와 전문 직종들에서 여성 경영자나 고위직이 크게 늘었고 최근에는 남성 위주로만 여겨지던 본국 파견 주재원들 가운데서도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 경영자들만을 위한 경영 강좌까지 마련되는 등 여성 파워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인재상에 맞는 한인 사회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한인 경제계의 부상하는 여성 파워를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살펴본다.
그동안 남성의 영역으로만 인식돼 왔던 주재원 사회에 여성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한국의 사회 변화와 함께 여성 인재의 사회 활동이 크게 확대되면서 최근 수 년 새 고위직으로 한국에서 파견되는 여성 공기업 직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한국관광공사 LA지사 김종숙·정선희 차장을 비롯, 중소기업진흥공단 LA인큐베이터 송정혜 과장, 코트라 LA무역관 안복녀 차장이 회사의 대표로 LA에 파견돼 있다. 비율로 따진다면 관광공사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경우 전체 주재원의 50%가 여성인 상황이다.
회사를 대표해 해외에서 근무한다는 것만으로도 여성 주재원들의 삶은 화려해 보이지만, 직장과 가정에서 1인2역을 감당해야 하는 게 만만치는 않다.
LA 근무가 벌써 두 번째인 무역관 안복녀 차장은 “일 때문에 주말에도 골프를 치는 일이 많은데, 가족의 희생이 없다면 주부 역할을 하면서 병행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 차장의 경우 다행이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회사를 사직하고, 미국에 건너와 공인회계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해 줘 마음이 한결 가볍다.
다행히 미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여성에게 우호적이어서 일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인큐베이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송정혜 과장은 “다양한 인적 네트웍을 쌓을 수 있고 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 있다”면서도 “한국에서 출장 오는 중소기업 관계자가 대부분 남자라는 게 애로사항”이라고 밝혔다.
올 6월 부임한 관광공사 정선희 차장은 “한국에서는 책과 통계에 의지해 일을 해 별로 못 느꼈는데 지금은 한국을 잘 모르는 미국인들을 보며 관광 한국의 현실을 접하게 돼 힘들 때가 많다”고 전했다.
숫자로 볼 때 여성 주재원은 최근 10년 사이 급증했다. 전세계 26개 지사에 75명의 주재원을 파견한 관광공사의 경우 약 20%에 해당하는 14명이 여직원이다. 정 차장은 “1995년 입사 당시에만 해도 외국에서 근무하는 여자 선배는 1~2명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회상했다. 1990년대 중반 처음으로 여성 주재원을 파견한 코트라 해외지사에서는 현재 25명의 여성이 근무중이다.
여성 주재원들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가정과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으로 조직의 다양성과 발전에 기여한다 평가다. LA무역관 오성근 관장은 “아시아 국가의 경우 매니저급 여성이 드물어, 미국 바이어들과의 상담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며 “앞으로 여성 주재원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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