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세계 100대 명문대학 순위를 발표하였다. 그 결과는 최상위 10개 대학 중 미국이 8개 영국이 2개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100위 안에 드는 대학조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본인을 포함하여 고국에서 대학을 다닌 사람들에게는 당혹감과 실망을 느끼게 하는 자료이다. 더욱이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높은 교육열과 세계 10위 권에 근접한 한국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이런 보도는 충격적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이러한 통계가 가지는 중대한 허점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수 없다.
뉴스위크는 이 조사를 하기 위하여 몇가지 기준을 설정하였는데 첫째는 각 대학이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게재하는 논문의 수와 그 논문의 상호 인용 회수를 50% 반영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학술지의 본거지가 미국이기에 미국 대학들의 발표 논문이 절대적으로 많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비 영어권 대학들이 자기 모국어로 발표하는 연구실적은 아무리 훌륭한 논문이라도 점수에 가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비 서구권에서 행하여지는 대학의 연구 활동은 상대적으로 무시된다고 볼 수 있다. 자연히 그 연구 내용도 서구 학계가 인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런 면에서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없게된다.
둘째는 각 대학의 외국인 교수와 학생 수 그리고 학생 대 교수 비율을 40% 반영하였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다민족 다문화 사회인 미국이 단연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조항이다. 한국 같은 단일 민족국가는 이 조항 때문에 학문의 질적 수준과 관계없이 저 평가되는 모순 앞에 속수무책 아닌가. 학문의 폭넓은 교류가 주는 장점을 모르지 않지만 대학의 인종 다변화가 반드시 학문의 질적 수준과 직결된다는 논리는 공감할 수 없다. 또한 교수와 학생 비율의 상관관계를 알지만 이것이 그렇게 절대적일까.
어린 시절 콩나물 교실에서 배운 한국의 수학교육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학생을 지도하는 미국의 수학교육보다 실상은 더 좋은 성과를 가져왔다고 자부한다. 이것은 물론 초중고교에 해당하는 사항이지만 그 근본 교육원리나 성과는 대학에도 적용될수 있다고 본다.
셋째로 도서관 장서규모가 1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조항은 앞서 제시한 것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의 평가자료이므로 순위에 절대적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고 보지만 결론적으로 이러한 물리적 자료에 의하여 대학의 등수를 매기는 행위는 마치 집의 크기나 수입 또는 보유 자동차의 종류 등으로 좋은 가정의 순위를 정하는 시도와 비슷하지 않은가. 집의 크기나 수입은 숫자로 표현될 수 있으므로 비교가 가능하고 자동차도 가격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길수 있지만 이런 것들을 종합하여 그 가정이 얼마나 좋은가 또는 행복한가 하는 순서를 나열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선물의 좋은 뜻은 누구나 알지만 선물의횟수나 가격을 기준으로 사랑의 깊이를 잴 수 있겠는가. 대학은 최고 교육기관으로서 학문과 더불어 심어주는 정신과 사상 그리고 배움을 통하여 형성되는 고유한 인간관계 등 획일적인 물리적 자료만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대학은 또한 그 나라 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그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총체적 역할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 방법이라 믿으며 이런 면에서 볼 때 뉴스위크의 시도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으나(다른 많은 서구적 사고 방식처럼) 한편으로는 피할수 없는 허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이러한 서구적(미국적) 사고방식은 더 근본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미국으로 하여금 자기 중심주의를 초래하여 독선과 자만을 가져오며 세계적으로 팽배한 반미주의까지 낳는 불행한 현상의 원인이 된다고 본다.
조정훈
건축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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