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집에서 TV 시청을 하던 중 있었던 일이다. 채널을 돌리다가 ABC 방송에 광고가 나오고 있기에 직업의식상 채널을 바꾸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언젠가 본듯한 어린이 감기약 광고였는데, 광고의 메시지가 영어가 아닌 스패니시로 나오고 있었다.
좀처럼 본 적이 없는 일이라 궁금한 마음에 광고를 유심히 지켜봤다. 몇개의 스패니시 광고가 더 나오고 나서야 본 프로그램이 다시 시작됐다. 유명한 배우 앤디 가르시아가 나와서 상을 받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ALMA 시상식이었다.
모두 히스패닉인 듯한 유명 연예인들이 나와서 미국 TV,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부문별로 상을 주고 있었다.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행사이기 때문에 광고도 영어가 아닌 스패니시로 떳떳하게 미국 방송의 프라임 타임에 방송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전혀 정보가 없던 ALMA 시상식에 대해 찾아보았다. ALMA 시상식은 1995년 가장 큰 미국의 전국 히스패닉 인권보호단체인 La Raza의 National Council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라티노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해 연예계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배우나 가수들에게 상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역시 미국에서의 히스패닉 인구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시상식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미국 방송에서 중요한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그 시상식을 방송해 주고 더불어 히스패닉 광고까지 함께 방송을 타는 것,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미국의 히스패닉 인구는 나날이 증가하여 각 인종집단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0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센서스 응답자의 12.5%가 히스패닉으로 12.1%인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비율을 앞선다.
한국, 중국, 일본을 더한 아시안이 아직 3.6%인 것에 비하면 무척 높은 수치다. 센서스 조사에서 누락된 실제 히스패닉 인구를 생각하면 이같은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위한 시상식과 방송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명한 TV, 영화계의 연예인들이 상을 받고 자랑스러운 히스패닉으로 추앙 받는 것을 보며 우리는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이미 ABC 방송의 히트 드라마 로스트(Lost)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 김윤진과 대니얼 김,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받고, 최근 에미상 시상식에서 조연상 후보에 오른 그레이의 애나토미(Grey’s Anatomy)의 샌드라 오 등 현재 미국 연예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인들이 있다. 한국 영화가 비디오 샵과 개봉관에서 눈에 띄어가고, 몇달 전 비의 콘서트도 뉴욕에서 성황리에 끝났다.
조금씩 조금씩 한국인도 미국 연예계에서 우리만의 색깔로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다. 언젠가 자랑스러운 한인들에게 상을 주는 방송과 내가 만든 광고가 한인방송에서 만이 아니라 미국 방송에서, 미국사람 들에게 보여지는 날을 생각해 본다.
이런 기분 좋은 생각들이 그냥 생각으로 끝나지 않고 분명히 이루어질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유정민
텐 커뮤니케이션스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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