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습도와 불쾌지수가 높은 올 여름 시원한 그늘처럼 다가온 연주회가 있었다. 박 트리오와 그들 가족 연주회가 지난 3일 라미라다 극장에서 열렸다. 그들의 연주회는 7년을 연속으로 LA 한인들의 문화공간을 지켜주는 작은 등대처럼 우리의 정서를 차분하게 가다듬어 주는 공연이다.
함께 하는 음악인으로 올해는 그들과 친분이 두텁고 가족같이 지낸다는 피아니스트 서혜경 교수가 함께 했다. 소박하면서도 화려하게 클래식의 진가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지리적으로 오렌지카운티와 LA의 중간에 위치한 라미라다에서 공연이 있어서인가 오렌지카운티 유명 인사들과 LA 한인사회 인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피아니스트 박선규, 바이얼리니스트 박윤재, 그들의 모친인 피아니스트 김경선 교수, 그리고 그들의 아내들인 첼리스트 박수정, 피아니스트 박성연… 연주회의 특징은 연주자들이 가족이라는데 있다. 클래식 음악은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그들만의 레퍼터리와 프로그램으로 어렵고 난해한 선율을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 편안하게 그리고 여름 밤하늘의 별들처럼 아름답게 연주해 주었다.
피아니스트 박선규의 쇼팽곡 독주는 특히 소름 돋는 전율을 관객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나는 그를 무대의 작은 거인으로 존경한다.
외화 낭비 유학생들로 일반 대중이 눈살을 찌푸리곤 하는 이 시대에 그는 유학생들에게 교훈을 주는 좋은 표본이다.
팜스프링스 쪽으로 깊은 산 숲속의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아이딜와일드 예술고등학교 학생 때부터 USC 박사과정까지 전액 장학금으로 유학시절을 보내면서 유순한 성격의 그는 어떤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고 피아노 연주를 계속한 굳은 신념의 연주자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에 들려준 그의 연주는 본인의 삶의 철학을 담았다. 한 곡을 완성하기까지 그가 들이는 수고와 노력은 요즘 컴퓨터게임 세대들이 본받아야하 는 인내와 지구력의 표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서울음대 작곡과 졸업 후 평생을 지휘자로 활동했던 박 트리오의 부친 박상현씨의 흐뭇해하는 모습과 아름다운 가족 연주회를 따듯한 마음으로 후원하듯 공연장을 가득 메운 1,500석 관객들은 독일 월드컵의 감동을 생각나게 했다. 월드컵 때 하나가 되었던 우리 한인들은 어느 곳에 모이든 정겨운 한 가족임을 그 자리에 참석했던 타인종들은 피부로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미국에 이민 와서 살면서 동포가 하나되는 것은 가슴 벅찬 감동이 아닐 수 없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토록 아름다운 연주회가 남가주 한인들만을 위한 행사로 일회성으로 끝나고 만 것이다. 유망한 예술인들을 미국 전지역과 세계 속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기획사, 후원 기업 등 예술후원 조직이 한인사회에도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마스 오 소셜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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