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데스 4번째 홀에서 승부를 결정지은 8피트 버디펏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는 타이거 우즈.
스튜어트 싱크는 3번째 플레이오프 홀에서 승부를 끝낼 수 있었던 8피트 파 퍼팅을 놓쳤다.
다 잡은 호랑이를 놓쳤다
싱크 연장 4번째 홀서 SUNK
‘대호를 잡을 절호의 찬스를 3번이나 놓쳤으니….’
대호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27일 오하이오주 파이어스톤 컨트리클럽(파70·7,360야드)에서 막을 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릿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2년전 이 대회 챔피언 스튜어트 싱크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상대로 마지막 3홀에서 3홀차 열세를 뒤집고 승부를 플레이오프로 끌고 가는 저력을 발휘했으나 한창 물오른 ‘대호’를 잡기에는 2%가 모자랐다. 그답지 않게 우승을 눈앞에 두고 3타차 리드를 까먹는 가 하면 서든데스 첫 3홀에서도 난조 속에 싱크의 피니시 블로우가 터지지 않는 바람에 위태위태하게 목숨을 보존해가던 우즈는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가 쏟아진 4번째 플레이오프홀에서 8번 아이언샷을 핀 8피트옆에 붙인 뒤 버디펏을 성공시켜 싱크를 따돌렸다. 끝내기 버디를 잡아낸 뒤 주먹을 쥐고 포효대신 안도의 한숨을 내쉰 우즈는 경기 후 “플레이오프에 간 것만도 행운이었다”고 말했을 만큼 불안한 피니시에도 불구, 브리티시오픈에서 시작된 연승행진을 ‘4’로 연장시키며 시즌 6승째를 따냈다. 대 파란의 역전드라마를 노렸던 싱크로서는 다 잡았다가 놓친 대호가 두고두고 아쉽게 기억에 남을 결말이었다.
대회 2연패이자 7년만에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한 우즈는 전반까지 2타차로 끌려갔으나 12번홀에서 20피트 버디펏을 성공시켜 리드를 잡은 뒤 15번홀까지 2위에 3홀차로 앞서가 우승을 향해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우즈만 만나면 주눅이 들어 기를 펴지 못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싱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추격에 나서 대역전의 발판을 만들어냈다. 파5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티샷 미스로 보기를 범한 우즈와의 격차를 단숨에 1타로 줄인 뒤 17번홀에서 버디를 보태 마침내 우즈를 따라잡는 데 성공한 것. 이후 18번홀부터 다음 5홀(서든데스 4홀 포함)은 우승컵을 건 이들 두 선수의 피말리는 매치플레이로 펼쳐졌다.
18번홀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첫 홀에서 싱크는 20피트 거리의 칩샷이 홀컵을 스치고 지나쳐 첫 우승찬스를 놓쳤고 이어 17번홀에서는 18피트 버디펏이 역시 홀컵을 훑고 지나가 승부를 끝내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장면은 3번째 플레이오프 홀인 18번에서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8피트 파펏을 놓친 것. 계속 어프로치샷을 미스해 위태위태하게 생명을 이어가던 우즈는 다시 17번홀에서 펼쳐진 4번째 서든데스홀에서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8번아이언 세컨샷을 홀컵 8피트옆에 붙여 어프로치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린 뒤 3타만에 그린에 올라온 싱크를 뿌리칠 기회를 잡았고 불세출의 승부사답게 한 번 찾아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끝내기 버디펏은 홀컵 한 가운데로 사라졌고 싱크는 파 퍼팅을 시도해보지도 못한 채 우즈에게 축하악수를 건네야 했다. 꼭 10년전 이날(1996년 8월27일) “Hello, world.”라고 인사하며 프로전향을 선언했던 우즈는 이번 우승으로 PGA투어 통산 52번째 타이틀을 거머쥐며 샘 스니드(82승), 잭 니클라우스(73승), 벤 호간(64승), 아놀드 파머(62승)에 이어 바이런 넬슨과 역대 다승랭킹 공동 5위로 올라섰다. 한편 최경주는 버디 4개에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오버파 281타로 공동 22위를 차지했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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