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젊은 남녀가 결혼해서 살면서 이혼으로 치달을 경우 두 사람간에 쟁점이 되는 부분으로 ‘돈’에 관한 비중이 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로 만남을 갖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는 얘기하기를 꺼려하는 내용 중에 ‘종교’ ‘역사’를 비롯하여 결혼 전 얼마의 론을 은행에서 빌려 학비를 지불했고, 차를 사고 난 뒤 다달이 갚아야 하는 금액은 얼마인지 등 ‘돈’에 관련된 얘기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면 소비나 지출에 대해서 한번쯤 얘기를 하지 않는 부부는 없고, 결혼 전후의 씀씀이가 문제가 되어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욱 흔해지고 있는 듯하다.
남편이 아내에게 집안의 경제권을 일임하고 용돈을 타 쓰던 세월이 그립다고 말하는 것 또한 이제 과거의 얘기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때 1,000여 만원(약 1만달러)을 모아 베스트셀러 경제 동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친구가 화제다. ‘열두 살에 1,000만원을 모았어요’라는 경제 동화의 주인공은 한국의 유명 서점의 아동도서 부문 베스트셀러 5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동화집으로는 드물게 벌써 3만부 가까이 팔렸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어린 소녀가 1,000만 원을 모아 가는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돈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짜여 있는데 특히 벼룩시장 이용 등 알뜰 소비생활의 지혜가 소개돼 부모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미국은 절약정신이 투철한 나라이다. 그런데도 스타벅스에서 세금을 포함 4-5 달러 짜리 커피를 입에 달고 사는 젊은 미국 남녀는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그만큼의 여유가 있어서 소비 활동을 하겠지만 4-5달러가 하루에 몇 잔이 될 경우 20달러 짜리 지폐는 금새 푼돈이 되어버린다.
100달러 지폐를 꺼내거나 플라스틱 머니라고 불리는 신용카드는 호주머니에서 꺼내기는 불안해하면서 푼돈으로 나가는 20달러는 아깝다고 생각지 않는 모양이다. 항상 입에 군것질을 달고 사는 젊은이들도 많고 점심 도시락을 직접 집에서 싸오는 직장인들을 보기도 어렵다. 미국의 절약정신이 푼돈에 대해서는 철저하지 않은 모양이다.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많은 돈을 저축하고 훌륭한 차도 사는지 궁금하다라고 묻는 미국인들을 주변에서 종종 본다. 다들 돈 많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인지 정말 궁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린 시절 저축 습성이 성년 때까지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현재 10 가구 당 9가구가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소비와 경제의 대국으로 발전했지만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는 것은 ‘푼돈의 경제학’이다. 쓸데없는 부분에 낭비하지 않고 특히, 결혼 한 이후는 미래에 대한 설계, 자식들의 앞날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열성으로 아끼고 아끼는 것이다.
큰돈을 단번에 벌기는 어렵지만 푼돈을 절약하는 데 익숙해 있는 한국인들이다. 직장 동료들을 보더라도 도시락을 싸 가지고 와서 서로의 업무나 주변의 얘기를 들으며 친교를 나눈다. 큰돈이 들어가는 일을 미리 대비하는 푼돈의 경제학에 익숙해야 하겠다.
복준영
힐리오 마케팅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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