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망대
▶ 김현길 <지리학 박사.연방공무원>
서울을 풍수지리는 축복 받은 명당으로 점지해왔다. 경기도서 독립한 ‘서울 특별자유시’가 60년 전 8월16일 공식적으로 태어났다. 일제 때부터 경성이 공식 명칭이었으나 민간에서는 오랜 동안 ‘서울’로 쓰여왔다. 한국의 수도는 다시 서울특별시로 개정(1949년 7월2일) 되었다. 본래 서울은 서벌-위례성(백제)-한양(고려)-한성(조선)-경성으로 3,000여 년 동안 이어져 왔다.
특별자유시의 개념은 ‘특혜 받은 개방도시’가 아닌 다른 뜻이 담겨져 있다. 지난 주 서울 출장을 다녀온 친구 말에 따르면 허영과 명품에 속아 사는 ‘된장녀’, 된장정부, 된장시민단체 등 비아냥거리는 유행어를 배웠다고 한다. 2,000원 짜리 라면을 먹더라도 스타벅스 커피만은 7,000원을 내고라도 마셔야 하는 도시 풍조를 전해주었다. 물 마시고 이빨 쑤시던 고풍과도 엇비슷하다. 몰락한 양반의 헛기침과도 같고, 체면을 중시하는 서울시민들의 멋진 낭만일수도 있다.
서울특별시민들을 생각하면서 60여 년 전의 신세계를 향한 대망을 자유의 가치, 특별시민 다운 보통사람, 국제도시다운 위상으로 그려보게 된다.
첫째, 해방은 일본이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하면서 생긴 독립이다. 진정한 자유는 획득하는 것보다 간직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도 있다. 세계 역사는 자유를 쟁취하려고 피바람을 일으킨 전쟁기록으로 얼룩져 있다. 그래서 자유는 항상 위태롭다고도 말한다. ‘자유시’를 탄생시켰던 초심은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결단이지 않았을까.
둘째로 ‘특별시’를 만들어 보통사람(민초)들이 가슴 펴고 자유민주주의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였다. 역사민족의 긍지를 지방자치법으로 구별하여 간직하고 싶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수도에 대한 자긍심과 책무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DC도 ‘컬럼비아 특별구’로 17세기부터 발전했으며, 파리도 도지사에 해당하는 ‘데파르트망’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 다른 도시들이 대부분 ‘코뮌’이라는 행정단위를 이루는데 비해 ‘코뮌’만이 아니라 ‘도 단위’를 겸한 것이다. 북한도 평양을 평안남도에서 분리해 특별시로 지정하고 있다.
‘서울이 특별시라면 서울시민은 특별시민이냐’는 가난한 사람들의 우스개 소리가 1960년대에 유행했었다. 그 후에도 지방학생에 대한 차별대우는 심각했다. 서울의 ‘특혜의식’이 극심해진 것도 사실이다. 파리에는 프랑스의 모든 것이 있다는 말도 있지만 파리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누리는 것은 주로 문화적인 특혜일 뿐이다. 동경은 정치와 교육의 본거지이며, 북경은 정치와 관료들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서울 사람들의 경우처럼 전반적인 특혜는 아닌 것이다.
셋째, 서울은 동북아 경제활동의 허브로 무역과 통상의 중심지가 되어가고 있다. 자유무역도시로 공정성을 지키며 서비스(AS) 센터로서의 업그레이드를 지향하고 있다. 서울은 국제적인 교육, 교통, 과학, 광고, 기술, 고급인력 등이 준비되어 있다.
역사민족의 고도들은 세 가지 공통점과 특색이 있다. 강물, 인구, 권력이 그것이다. 도시 발전에는 국제적 신뢰도와 자유의지가 중요한 요건으로 등장했다. 문화민족으로 역사적 사명을 수행하는 선비정신(애국심)을 중시하는 것이다. 자유시민은 신용사회서나 허용되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책임과 의무가 없는 자유는 잔고 없는 빈 통장과 같다. 민초들의 자유는 법으로 보장되는 권리인 것이다.
최근 한국청소년개발원 의식조사에서 국토방위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는 10%에 불과했다. 독립이나 국방을 등한시하는 현금의 개인주의는 소중한 자유마저 포기하려는 착각일까. 전반적으로 부패한 국민 사이에는 자유가 존재할 수 없다. 판검사를 비롯, 사업가, 정치인, 교육자 등의 타락은 희망을 포기한 서울의 모습이 아니길 바란다.
조지 워싱턴은 “사랑의 끈으로 맺어진 사회 모형이 바로 천국”이라고 선포했다. 노예는 자유가 없다. 환갑동이 서울시는 새로운 청계천 변과 같이 파라다이스가 될 만하다. 서울의 4,000년 전통은 민족의 젖줄이며 마음의 고향이다. 멋진 서울이 아쉽다.
김현길 <지리학 박사.연방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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