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한인타운 어느 가구점. 가구를 보고있는 손님이 뭔가를 점원에게 묻는다. 점원의 대답이 퉁명스럽다. 화가 난 손님, 점원을 붙들고 화를 내고 점원이 소리를 치며 손님을 내쫓는다. 몸싸움이 동반된다. 가게 안의 손님들 모른 척 하고 손님은 화가 난 채 거리로 나온다.
장면 둘. 미국의 한 하드웨어 스토어. 손님이 물건을 계산하고 나오는데 문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영문을 모르는 손님, 당황하며 서있는데 한 점원이 퉁명스럽게 물건을 꺼내놓으라고 말한다. 방금 산 물건을 꺼내라는 말이 무척 불쾌하게 느껴진 손님,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한다. 매니저를 부른다. 다시 조근조근 따진다. 미안해하는 매니저 고개 숙여 사과하며 할인 쿠폰을 내민다.
위의 두 장면은 내가 모두 목격하고 그 자리에 있었던 상황들이다. 두 장면에서 다르게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사람들의 태도이다. 먼저 큰소리치고 화를 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들 말한다. 그래서 일단 다툼의 상황이 생기면 다들 전투적인 자세를 취한다. 그 상황에서 조용히 말하거나 가만히 있으면 영락없이 바보로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여기서는 소리지르고 화내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가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결국 이기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차근차근 하는 사람들이다. 이상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는데도 유독 한인타운에서는 자연스럽게 격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한인타운은 무서워서 못 오겠다는 말들이 있을까.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나쁜 버릇이나 습관에 젖어있는 아이들을 고쳐 가는 내용인데, 대부분 원인은 바로 부모라는 것을 알게된다. 부모가 소리지르고 화내면 아이들도 그대로 배우고, 일관성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면 아이들도 그렇다. 이곳의 ‘수퍼 내니’같은 프로그램도 비슷하다.
사실 한국 드라마나 각종 프로그램에서는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때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비쳐진다. 미국 드라마에서는 화가 나면 부들부들 떨면서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 이 모든 것들이 나의 태도와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다.
한인타운에서도 목소리 높이기 전에, 한국 사람들이 많은 식당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야단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나를 보고 자라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아이들이 선진 시민으로 자라길 바라며 차근차근 노력해 나가야 할 것 같다.
한국이었으면 맘대로 했을텐 데 미국이라 참는다고? 여기가 미국이기 때문이 아니라, 목소리를 낮추고 이성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모두에게 보다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딴 나라에서 눈치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인타운에 나갈 때 마다 몸을 사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유정민
텐 커뮤니케이션스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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