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대한 칼럼은 몇몇 독자들로부터 반응을 일으켰다. 우선 내가 나의 유일한 독자라고 부르는 아내가 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레바논에서 전쟁을 하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하마스’(Hamas)의 아랍 어원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기에 또한번 우려먹을까 한다.
그 단어는 ‘이슬람 저항운동’이란 표현을 줄인 말인데 Hamas 자체도 ‘열심, 불, 정열, 광신’의 의미를 가지고 있단다. 그런데 아랍어와 이웃사촌 격인 히브리어에서는 Hamas가 폭력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다. 1987년 이스라엘 점령지구인 가자에서 세워진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존립 자체를 반대한다. 하마스는 1988년에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보다 더 과격한 단체로서 19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가자지구와 웨스트 뱅크 지역은 물론 1948년에 그어진 이스라엘 영토 자체에 대한 이슬람 소유권을 주장한다. 따라서 그 땅의 탈환을 위한 지하드(거룩한 전쟁)야말로 회교도의 종교적 의무라는 교리와 정책을 가진 하마스를 이스라엘이 적대시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 금년 1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선거에서 PLO의 온건파인 파타 그룹이 오랜 동안의 부정부패 때문에 하마스에 패배하는 일이 있었다. 팔레스타인 의회의 다수당이 된 하마스는 정부를 조직했지만 이스라엘을 존립권을 존중해야만 경제원조를 계속하겠다는 미국과 유럽 몇 나라들의 권고를 거절하고 있어 공무원들의 봉급조차 주기 어려운 곤경에 처해 있다. 그리고 한달 반 전에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군인 하나를 납치해 가고는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하마스 죄수들과 교환하자고 주장하는 바람에 불과 몇 달 전에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이스라엘 군이 하마스를 진압하기 위해 폭격은 물론 육로 침입도 빈번하게 시도하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전쟁 명분을 중동지역에서의 민주주의 확산이라고 재정의한 부시 정책의 모순을 드러내는 예가 하마스와 헤즈볼라다. 하마스는 선거에 의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되었으며 헤즈볼라는 다수당은 아니지만 선거에 의해 레바논 의회의 소수당으로서 행정부 각료들 몇을 배출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선거 결과지만 결국은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을 위협하기 때문에 미국은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말살의 정책이나 교리를 버리기 전에는 이스라엘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아랍국가들은 물론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이 과잉반격이고 무고한 민간인 피해자들이 속출하니까 우선 정전을 가져와야 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에게는 마이동풍일 뿐이다. 오히려 이스라엘에게는 최신 정밀폭탄들을 계속 공급하고 있으며 레바논에게는 사후약방문 격인 전후 복구만을 약속하는 미국 정부를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과 세계 여러 나라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친 이스라엘 정책은 강력한 유대인 로비의 영향력 때문일까? 물론 거의 1900년간 나라가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갖가지 반유대인 정책 및 학대와 차별을 당해왔던 유대인들이 특히 그 정책의 극악한 참극이었던 나치의 600만 유대인 학살을 잊어버릴 수 없어 유대인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고 아랍의 바다 가운데 떠있는 절해고도 같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로비 등의 활동으로 안간힘을 쓰는 것은 이해가 되는 현상이다. 또 미국이 세계 2차대전 중 유대인 학살 사실을 알면서도 어느 정도 수수방관했던 역사적 죄의식 때문에 이스라엘이 위협을 받을 때 도우려는 충동을 느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인들의 비참한 상태가 지속되게 하고 미제 폭탄을 쓰는 이스라엘 폭격기들의 민간 희생자들이 속출하게 됨에 따라 더 많은 이슬람교도들을 과격분자들로 만들어 미국의 적들이 증가되게 한다면 이만저만 큰 일이 아니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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