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개스전 굴착 탑들이 포트워스 남부 주택가에 들어섰다. 시정부는 주민들의 반발로 천연개스전과 주택간 최소거리를 300피트에서 600피트로 상향조정했다.
포트워스의 천연개스전 굴착 탑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과도한 개발로 인해 지역주민들과 개발업자들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텍사스 주 포트워스의 크리시 킹케이드 집 건너편에 140피트 높이의 천연개스를 캐는 탑이 우뚝 서 있다. 크리시의 뒷마당 뒤편에는 굴착 탑이 하나 더 있다. 그리고 길 저편에 2개의 탑이 더 솟아 있다. 킹케이드는 유정에서 나오는 냄새로 코를 만지작거리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저 참는 수밖에...” 하고 말했다. 포트워스 지하에는 엄청난 양의 천연개스가 매장돼 있다. 포트워스 시정부는 시 경계 내 천연개스전 540개에 대한 개발을 허용했다. 주민들은 뒷마당, 길가, 교회, 공원, 학교 근처에 천연개스전 굴착 탑이 들어서도 그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텍사스 포트워스 양질의 천연개스 대량 매장
시정부, 주법 따라 개스전 540개 개발 허용
뒷마당·교회·길가·학교 등 지근거리서 마구 굴착
소음, 환경, 미관, 안전 놓고 뜨거운 찬반 공방
개스회사·개발권자들 주민 삶의 질 훼손에 ‘무덤덤’
마이크 몽크리프 시장은 “포트워스가 전혀 다른 새로운 삶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했다. 물론 다른 도시들에서도 천연개스전 굴착 탑이 설치돼 있는 경우가 있다. LA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시의 넓이에 비하면 천연개스전 개발은 아주 미미한 지역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포트워스는 그렇지 않다. 시 전체가 들썩거린다. 발밑에 양질의 천연개스가 묻혀있기도 하지만, 작은 통 속에 고기를 넣은 뒤 낚싯대를 드리우는 격이다. 어찌 보면 무차별적 개발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개스 가격이 천정부지처럼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천연개스 회사들과 광물개발권 소유자들은 가능한 많은 천연개스를 캐내고 싶어 한다. 프리웨이 대형 간판에는 “당신이 천연개스전을 갖고 있지만 않으면 지금 하나를 가져라”는 문구가 쓰여 있기도 하다. 유정 소유를 적극 선전하는 천연개스 회사의 광고이다.
하지만 시골마을 주민들은 집 근처에서 굴착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시 정부관계자들은 주민들을 달래는 데 여념이 없다. 몽크리프 시장은 “우리는 다른 지역에서 천연개스전이 개발되고 큰 트럭이 하루 종일 흙과 돌을 실어 나르는 모습을 보았지만 우리 동네에서 동일한 일이 벌어지는 것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몽크리프 시장은 광물개발권 소유주들의 경제적 이익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시는 지난달 주민들의 삶의 질이 지나치게 훼손되지 않도록 천연개스전 굴착 탑과 주택간 최소 거리를 300피트에서 600피트로 상향조정했다. 그리고 소음을 줄이기 위해 천연개스 회사들로 하여금 필요한 장비를 사용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소음이 낮에는 5 데시빌, 밤에는 3 데시빌을 넘지 않도록 했다.
주택가 인근에서 천연개스 채굴을 반대하는 시민연대 리더 단 영은 “시 정부의 새로운 규정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며 “천연개스전 굴착 탑이 주택에서 3,000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주택개발업자들이 빈 땅을 그냥 놔둘 리 없다”며 난감해 했다.
영은 또 환경, 소음, 동네 미관 등 이슈뿐 아니라 다른 문제도 있다고 했다. 주민의 안전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만에 하나 사고로 천연개스전 굴착 탑이 폭발하기라도 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주민들이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람들이 돈에 눈이 멀어 앞으로 닥칠 수 있는 대형사고에 둔감하다는 게 영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4월 포트워스 남동부의 한 천연개스전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인근 500여 가구가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시 정부와 개발회사 관계자들은 주민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는 폭발사고 위험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주택과의 거리가 가깝다 해도 땅 속으로 깊이 굴착해 들어간 뒤 수평으로 채굴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생각이 다르다. 규모가 큰 천연개스전을 팔 경우 소음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마을이 무척 어수선해진다고 맞섰다.
포트워스 북서부에 사는 게리 호건은 “조용하던 동네가 확 바뀌었다”며 “이대로 가다간 10년 후면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호건의 집 근처의 천연개스전은 다시 덮였다. 그러나 500여 가구가 사는 인근 마을에 천연개스전 채굴 지역 세 곳을 설정해 12개의 굴착 탑을 세울 계획이 수립됐다. 에너지 위기의 시대에 천연개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개발이 불러올 폐해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익만을 챙기려는 개발회사들과 광물자원개발권 소유주들의 자세가 근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텍사스 주법은 광물자원개발권 소유주들이 설령 주택소유주의 권리에 반하는 일이라도 개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포트워스의 일반 주택소유주들은 앞마당 뒷마당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지만, 땅 밑의 자원개발에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이 법이 주민들의 속앓이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